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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고용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실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현실은 조선·자동차산업 등 제조업의 위기상황이 반영된 것도 있겠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은 여건이 가장 취약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그리고 단기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예산을 동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비용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기업의 98%는 중소기업이고, 이들은 근로자 수를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일자리에서 떠밀려 나오는 근로자, 안정적인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시간제 근로자가 생겨난다.
내년 1월부터 새로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지금의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날 것처럼 보이지만 되레 고용이 줄어들면 총소득은 감소할 수도 있다.
또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고용의 뿌리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독(毒)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인상 일정을 조정하여 늦출 필요가 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넓고 수출중심 경제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이 글로벌 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제조업은 경기침체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근로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부품업체 등 기업 생태계의 밑단으로 갈수록 일자리 타격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신산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감세정책과 규제완화정책, 일자리정책을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20년간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청년들이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이미 있는 일자리의 질을 좋게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관련 논쟁은 일자리가 있을 때 의미가 있지 일자리가 사라지고 나면 의미가 없다.
급변하는 시대 우리 자녀들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것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밝은 지혜로 미래를 내다보는 명견만리(明見萬里)의 의미를 되새겨 볼 시점이라 여겨진다.
허 영 재
창원상공회의소
산업인력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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