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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피사체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미와 혼을 전통 한지에 스며들게 한 남종현 작가의 ‘百白하다’전이 갤러리 거제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 거제 봄맞이 기획전에 초대된 남 작가는 이번 전시에 옻칠 한지와 음양지 등 한지 위에 프린트된 백자·청화백자 같은 도자기에서부터 목기러기, 노리개 등 전통공예품 사진, 바다와 설원을 담은 풍경, 책가도를 재해석한 푸른 책가도 시리즈 등 풍경과 정물 위주의 작품 9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청화용문항아리.
목기러기.
남 작가는 사진전에서 빈 공간의 아름다움을 동양화의 여백의 미에 비유하며 이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인화지 대신 한지 위에 작업을 진행했다. 백지(百紙)라고도 불리는 한지(韓紙)는 거칠고 정형화되지 않아 한 장의 사진을 뽑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지만 인화된 사진은 훨씬 깊은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백지를 흰 백(白)을 쓰지 않고 일백 백(百)을 쓰는 이유는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고, 또 삶고, 두드리고, 종이를 뜨고, 말리고 또 두드리는 아흔아홉 번의 손길을 거쳐 마지막으로 종이를 쓰는 사람이 백 번째로 만져 종이가 완성된다는 지장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사진으로 담고 싶은 정물들이 머물 곳은 바로 한지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업은 빛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작가는 명암과 그림자를 눈과 손에서 배제해 여백을 만들었다. 전시는 5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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