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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술 생존하려면, 미술 관점에 대한 성찰 필요”
경남도립미술관, 12일 비대면 양달석 포럼
강선학·최열·조은정·박영택 미술평론가 토론
“코로나 시대는 권력이 집중되는 것만 살아남고 있다. 권력은 세계주의를 향하지만, 건강한 사회는 지역주의로 향한다. 미술도 자본주의 지지가 없으면 도태된다. 미술의 관점에서 지역주의 소명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 근본적인 성찰이 전제돼야만 지역미술을 살릴 수 있다.”
최열 미술평론가가 지난 12일 오후 2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여산 양달석’ 비대면 학술 포럼서 동시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강선학 미술평론가는 예술가의 윤리성을 비롯한 ‘미술관과 예술가의 협업’의 가치를 역설했다.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현실과 이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예술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경남도립미술관 다목적홀에서 열린 ‘여산 양달석’ 비대면 포럼서 발제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박지영 학예연구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양달석 화백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한국 근현대사 예술가의 삶을 분석해보고자 마련됐다.
이날 조은정 미술평론가가 ‘한국전쟁이 국내 화단에 끼친 영향과 이후 예술의 변화’를 주제로 첫 발제했다. 조 평론가는 “1953년 동아일보에 ‘종군화가 양달석 개인전이 시내 휘가로 다방홀에서 전시한다’는 기사가 실렸다”면서 “6·25전쟁기 미술인 대부분은 종군화가로 활동했다. 이들은 일상에서 휴머니즘 입장을 견지하고, 전쟁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기록했다. 미술인들에게 전쟁 이데올로기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양달석, 농촌 생활의 기쁨을 표현한 작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박 평론가는 “양달석의 그림은 일상적인 정경에서도 건강함, 낙관성, 현장감이 느껴진다. 농가적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다른 농촌의 풍경과 변별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달석, 파열된 풍경’을 주제로 발표한 강선학 미술평론가는 양달석 화풍을 조명했다. 강 평론가는 “초기 그림은 비판적 시선이 강했다면, 후반기로 갈수록 유토피아적인 세계로 변모한다.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던 미래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가적 풍경을 통해 이념의 괴리를 봉합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양달석, 그리고 미술과 사회와 시대’ 주제 발표를 통해 ‘지역성’에 주목했다. 최 평론가는 “양달석의 그림 ‘고향’은 농촌의 비참함을 그렸다는 이유로 조선미술전람회에 낙선됐다. 당시만 해도 이념과 사상이 억압된 상황은 비일비재했다”면서 “양달석의 그림은 여산 양식이라고 할 만큼 독보적이다. 주류 정통 양식이 아니기 때문에 거제 출신의 시골 작가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향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남도립미술관의 근현대미술기획전 ‘황혜홀혜’와 근현대작가조명전 ‘여산 양달석’은 오는 10월 10일까지 열린다. 양달석 포럼 영상은 추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글·사진=주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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