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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봉 작가 조각전 '공명' 28일까지 창원챔버갤러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12.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357
내용

주머니에 손을 꽉 끼고 차렷 자세를 한 익명의 무리. 복제생물인 클론(clone)처럼 인공적으로 보인다. 변재봉 조각가의 '공명(共鳴·Resonance)'이다.

그의 작품을 보니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1938)이 떠오른다. 불신과 무관심으로 대화가 단절된 역대합실의 모습 말이다.

'구보는 고독을 느끼고,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한다. (중략)다만, 구보는 고독을 삼등 대합실 군중 속에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여 앉을 수도 없게스리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구보 씨는 고독을 피하고자 역 대합실로 갔지만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익명적 대중 속에서 구보 씨는 고립된 인간이 된 것이다.

 

   
  변재봉 작'공명 2012-4' 중 일부.  

 

변재봉 조각가는 앞서 말한 대로 겉(육체)과 속(영혼)의 만남이 빚어내는 '공명'을 주제로 작업을 한다. 수많은 군상 중 어느 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육체인지 영혼인지, 내면인지 외면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변 조각가는 철저히 인간의 독창적인 개성을 배제한 체, 기계로 찍어낸 듯한 무미건조한 인간을 선보인다. 현대사회의 익명성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그는 폴리에스테르 수지에 메탈 채색을 했는데,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빈껍데기처럼 차갑게 느껴진다. 형태는 루마니아의 조각가 브랑쿠시의 작품처럼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다.

줄곧 불투명한 인간을 선보인 그가 이번에 재료에 변화를 꾀했다. 폴리에스테르 수지가 아닌, 불포화 폴리에스테르 수지와 경화촉진제를 사용해 '투명인간'을 만들었다. "실패를 여러 번 했다"는 그의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으로 재료를 잘 알고 다룰 줄 알아야 가능하다.

흑과 백이 분명한 불투명인간과 투명인간을 보니, 도시인의 고독함과 정신적 공허감이 도드라져 보인다. 투명인간은 보는 사람에 따라 영혼일 수도, 소통의 단절일 수도, 현대과학문명의 폐해일 수도 있다.

조각 하면 으레 몸집이 큰 작품을 떠올리지만, 이번 조각 작품은 벽에 걸 수 있도록 해 공간성을 한껏 살렸다. 12월 28일까지. 창원상공회의소 1층 챔버갤러리. 055-210-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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