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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술혼 불사르고 요절한 마산출신 천재 조각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3.2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485
내용

 

황인학 作
 
 
황인학 作
 
 
김기봉 부산 미광화랑 대표가 황인학의 작품 ‘군상’을 감상하고 있다
 
 

예술혼을 화염처럼 불사르고 홀연히 떠나버리는 천재들의 공통점은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너무나 이상적이라는 것. 황인학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요절한 천재조각가 황인학. ‘1941년 마산 출생, 1959년 마산고등학교 졸업, 1986년 폐결핵으로 45세에 작고’라는 빈약한 기록 외에 그의 내밀한 삶은 순전히 ‘후인들의 유추’로 회고된다.

“이상적인 꿈을 지닌 사람이었어. 찢어지게 가난했어도 작품에만 골몰했지. 술을 얼마나 먹어대는지 대취해서 전시장에 뻗어 버리지를 않나, 결핵병원에 넣었더니 강제퇴원을 당하지를 않나. 그렇지만 작품으로선 정말 독보적인 존재지. 당시나 지금이나 경남에서 동판 두드려 조각하는 작가는 전무하잖아.”

황인학에 대한 동서화랑 송인식 관장의 기억은 ‘이상향을 꿈꾸던 애주가’다.

황인학은 1978년 마산 동서화랑을 시작으로 백자화랑, 부산 맥화랑 등에서 6번에 걸쳐 개인전을 치렀다. 작품은 파격적이었다.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유방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 거대하게 부풀려진 사지가 마구 얽혀 고리처럼 연결된 인체가 테마였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분리불안’을 에로스적인 ‘접촉’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당시 그의 작품은 청춘남녀들은 얼굴을 붉히고 노인들은 혀를 차는 ‘문제작’일 수밖에 없었을 터. 과감한 생략에 의해 단순화된 인체 드로잉은 일견 이중섭, 현재호의 작품과 중첩된다.

서상환 화백은 “이중섭의 군동화를 모방했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매우 깊숙이 건드린 점이 황인학의 뚜렷한 작품세계다”고 말했다. 황인학의 작품은 편편한 동판을 망치로 두드려 굴곡을 만드는 ‘고된 노동의 결과물’들이다.

경남미술사 표층 아래에 묻혀 있던 황인학을 발굴해낸 사람은 부산 미광화랑의 김기봉 대표. 우연한 기회에 스케치 수첩을 손에 넣은 그는 황인학의 작품을 눈여겨보고 물색했다. “작품이 세상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고 저를 마구 괴롭혔습니다. 황인학은 부산미술사에도 영향을 끼친 작가입니다. 부산미술대전 대상수상 작가인 김동완, 평면작가 박병제도 그에게 가르침을 받았지요.”

김 대표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동판부조와 드로잉 15점을 오는 29일까지 ‘황인학 유작전’이라는 주제로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푸른색 녹이 고풍스러운 약 4m짜리 동판 작품 ‘군상’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체 부조가 묵직한 무게감으로 공간을 점유한다.

안타까운 점은 전시가 한창인 현재까지 유족들과 연결되지 못한 것. 김 대표가 마산미술협회를 통해 알아보았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전시의 성공은 중년이 됐을 두 자녀가 아버지의 작품을 보러 오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실 부적응자인 아버지를 원망했을지도 모를 자녀들이 아버지를 훌륭한 예술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051-758-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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