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진주 출신 김명남 작가 서울·부산·통영서 개인전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통영 산양읍 GLAM306갤러리
김명남 作
작가의 손에 붓 대신 송곳이 들려 있다. 퉁, 퉁, 퉁. 날카로운 송곳이 지나간 자리마다 하얀 생채기가 보풀처럼 일어난다.
지난 17일 진주 이반성면 정수예술촌에서 만난 김명남(54) 작가는 곧 있을 부산 개인전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는 프랑스산 수채화용 종이인 아르슈(Arches)지에 물감의 색채 대신 하얀 흔적을 남겼다. 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글을 쓴다고 했다. 작업실엔 붓이나 물감이 없다. 하얀 캔버스를 잇고 뚫을 바늘과 실, 그리고 송곳이 있을 뿐.
“새들도 깨지 않은 새벽, 하얀 백지 위에 명상하듯 이렇게 송곳으로 글을 써내려갑니다. 유년의 기억과 주변의 자연, 그리고 삶의 언저리에서 만난 사람들, 삶의 향기가 묻어나오는 글들을 선으로 이미지화해 종이의 굴곡으로 리듬을 넣고 운율을 지어내 글을 쓰는 거죠. 마치 어머니가 새벽 기도하듯이 말이에요.”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송곳에 뚫리고 뜯긴 흔적이 하얗게 수놓여 있다.
프랑스 베르사유 미술대학 판화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작가는 매년 여름, 고향인 이곳을 찾아 작품활동을 하며 전시회를 준비한다. 올해는 서울과 부산, 통영 세 곳에서 ‘하얀 묘법’을 주제로 비슷한 시기에 개인전을 연다.
김명남 화가가 진주 정수예술촌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까지 수채화 작가로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20여 년 전 프랑스로 떠났다. 정서와 생각이 전혀 다른 외부 세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과 작업을 바라보고 싶어서였다. 도불 이후 동양화 회화 도자 설치 판화 등 다양한 분야, 새로운 작업들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던 그가 하얀 작품을 구상한 건 녹내장을 앓으면서다.
그렇게 색은 모두 제거됐고, 바느질이 만들어내는 선으로 드로잉하듯, 송곳으로 만들어낸 구멍으로 평면을 조각하듯 작업을 했다. 바늘과 송곳이 그려낸 선(線)의 길엔 삶의 여정을 녹여냈다. 뚫려 있는 송곳 구멍처럼 열린 마음의 창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삶을 기원하면서.
이번 전시에는 종이 위에 스크래치를 내고 구멍을 뚫어 기록해나간 최근 작품 ‘하얀 묘법’ 연작, 작은 오브제와 이미지를 결합시키고 이를 바느질로 연결한 ‘저 너머’ 연작을 비롯해 컬러감 있는 1990년대 후반 작품들과 설치작품이 함께 걸린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에서는 9월 16일까지, 부산 해운대 신세계갤러리에선 20일부터 9월 14일까지 전시를 한다. 통영에서는 산양읍 GLAM306갤러리 개관전으로 오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작품을 건다. ☏ 010-4660-6522. 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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