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처음 만나는 문신… 문신미술관 MOON SHIN 1960s
세계적 조각가가 되기 전인 1960년대 조명
5월 21일까지 작품·사진 등 130여점 전시
작가는 자신의 전성기 작품으로 기억된다. 책이나 각종 자료, 전시는 작가로서 정점에 이른 순간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정점의 순간에 이르기 전 시기는 대개 관심 밖의 영역이 된다. 문신이 세계적인 조각가로 발돋움하기 전 과정을 조명한 ‘MOON SHIN 1960s’는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상반기 기획전 ‘MOON SHIN 1960s’를 15일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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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그간 감춰져 있었던 1960년대의 문신을 조명하는 자리로 총 130여 점의 작품과 자료가 전시된다.
미술관 소장작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홍익대학교박물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국내 6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개인소장가로부터 대여한 80여 점의 작품과 함께 50여 점의 사진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은 한국에 2차례 일시 귀국했을 때를 제외하면 1960년대 내내 프랑스에 체류했고, 작품도 대부분 현지서 거래돼 현재 국내서 볼 수 있는 그의 당시 작품은 많지 않다.
전시에서는 국내에 남아 있는 그의 초기작을 추적하고 슬라이드 필름으로 보관돼 있던 사진 자료를 발굴해 복원했다. 특히 사진과 드로잉 30여 점은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라 기대를 모은다.
문신 예술에서 1960년대는 도전과 실험의 시기이자 새로운 예술의 형성기로 평가된다.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간 문신은 당시 파리 화단에 불던 신사실주의(New Realism)의 영향을 받아 기존과 전혀 다른 추상유화와 추상조각 작업을 시도했고, 1970년 프랑스 발카라스의 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태양의 인간’을 발표하면서부터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태양의 인간은 반구형 여러 개가 양쪽으로 대칭을 이룬 높이 13m의 거대한 탑으로 문신의 시그니처인 ‘시메트리’ 작품의 출발점이다. 이번 전시서 만나볼 수 있는 그의 실험적이고 독특한 작품은 그가 시메트리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기 추상 조각들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1965년 일시 귀국해 이태원과 을지로의 작업실에 머무르며 창작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은 창문처럼 구멍이 있는 독특한 형태의 작품이다. 사진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인 1967년작 ‘곤충시리즈’는 마치 전갈을 연상시키는 X자 형태의 작품이다. 일정한 대칭과 곤충이라는 소재는 그가 순수형태와 자연, 생명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회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는 8점의 유화가 전시되는데, 달 표면을 형상화한 ‘알타미라의 인상(1966)’, 파리 체류시절 스페인 친구의 초상을 그린 작품(1963),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색감의 ‘꽃거북(1966)’ 등이다. 매끈한 그의 조각과는 달리 대부분 거칠고 두터운 마티에르가 드러나고 천, 숟가락, 노끈 등 일상적 도구를 오브제로 사용해 그대로 작품에 녹여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다수의 드로잉에서도 그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조각가 문신의 또다른 예술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흑백 사진 속 ‘청년 문신’의 모습은 전시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박효진 학예사는 “문신의 1960년대 예술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는 다이내믹함 속에서 본인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전성기 작품이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신선함과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문의 ☏ 225-7186.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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