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창원역사민속관 첫 기획전 ‘찬란한 장엄, 단청’
오색 찬란한 단청의 역사… 12월 17일까지 단청 변천사 담은 40여점 전시
단청 디자인 현대적 적용 ‘체험공간’도 마련
기사입력 : 2017-09-24 22:00:00
단청(丹靑)은 목조 건축물의 꽃이다. 화려한 색과 정교한 무늬는 무심한 나무 건물에 숨을 불어넣는다. 19일 개막한 창원역사민속관의 첫 기획전 ‘찬란한 장엄, 단청’은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단청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단청의 역사, 구성요소를 보여주는 40여점이 전시장을 채웠다.
전시장 입구에는 고대 단청부터 근현대 단청까지 문헌에서 발췌한 시대별 단청의 특징을 정리해 단청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고구려시기 안악3호분, 쌍영총 벽화 고분 등 단청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 삼국시대 벽화에서부터 기둥이나 난간에 적색을 칠하고 추녀나 처마 등 윗부분에 녹색, 청색을 사용하는 ‘상록하단(上綠下丹)’이 등장한 고려시기, 화려한 배색과 극도의 명·채도 대비로 현대 단청의 기틀을 마련한 조선시대까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국보 제13호)과 영광 불갑사 대웅전(보물 제830호)의 단청 모사도(원형을 그대로 복원한 그림)가 함께 전시돼 있어 단청의 색감과 무늬, 조선 전기와 후기 단청의 차이를 실제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단청과 관련된 문헌에서 당시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시를 기획한 전상훈 학예사는 “고려시대 문헌을 보면 나라에서 진골부터 6두품에 이르기까지 신분에 따라 단청 사용 색의 개수에 제한을 뒀다고 돼 있다. 누구나 단청을 칠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어 신분을 구분하고자 취한 조치인데 당시 단청의 안료는 전량 중국 수입으로 매우 비쌌다. 고려사회가 전반적으로 풍요롭고 번영을 누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교, 타분주머니, 달로, 장척.
전시장 정면에 전시돼 있는 현대 단청에 대한 소개에서는 단청의 세부 구성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추녀, 고리금, 십자금, 대량, 도리·장여, 공포 등 각 부재와 부재별 문양의 종류와 의미를 정리했다. 조선시대 단청의 흐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다양한 시도로 창의적으로 발전해가는 현대 단청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단청에 실제 사용되는 안료와 도구들도 만나볼 수 있다. 전통 안료인 석채(石彩), 색을 칠하는 붓, 섬세한 작업을 할 때 쓰는 솜방망이와 타칭, 선을 그을 때 사용하는 긴 나무막대인 장척, 작업 때 물감 받침용으로 사용하는 달로 등이다. 도구에는 손때 묻은 흔적들이 가득한데 모두 실제 도공들이 사용하는 것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space in 단청’은 단청의 디자인적 요소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단청 무늬를 소재로 한 장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단청이 제작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어린이용 체험 학습지도 비치돼 있다.
보통의 전시장과 다르게 전시품 앞을 가리는 선이나 줄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전시장 가운데 놓인 대형 공포 모형에서는 나무의 결, 붓이 지나간 자리, 단청의 오묘한 색감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12월 17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10월 2일은 정상운영하며 추석 연휴기간은 4일과 10일만 휴관한다. 매월 마지막 주 토, 일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문의 ☏714-7645.
글·사진 =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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