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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장학금 내던 가게… 금융위기로 어려움 겪자 학교측 "우리가 도울 때"

작성자
조예진
작성일
20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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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43
내용
매년 장학금 내던 가게… 금융위기로 어려움 겪자 학교측 "우리가 도울 때"
"졸업·입학식 참석자에 제공"

-조선일보-

고려대 명물 '영철버거'의 사장 이영철(42)씨가 요즘 신이 났다. 이번 달 25일과 26일 고대 졸업식과 입학식 식장에 영철버거 1만개를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대 앞에서 장사한 지 10년째지만 이렇게 많은 햄버거를 팔기는 처음이다. 얼마 전 김한겸 고려대 학생처장이 뜻밖의 주문을 했다. 대뜸 졸업식과 입학식 때 참석자들에게 제공할 최대 1만개의 영철버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햄버거 대접은 이기수 고대 총장이 낸 아이디어였다. 이 총장은 교내 처장단회의를 열고 추운 날씨에 졸업·입학식에 참석하는 고대 식구들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대접하자며 머리를 맞댔다.

고대 상징인 막걸리가 거론됐지만 엄숙한 식장에서 술을 마실 수는 없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따뜻한 어묵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수천명에게 국물을 나눠주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대안으로 이 총장이 떠올린 것이 영철버거였다.

이씨는 2000년부터 고대 후문에서 리어카를 끌며 1000원짜리 햄버거를 팔았다. 햄버거값 1000원은 이씨와 고대생 사이의 약속이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가 잘됐다. 2006년엔 지금의 16평(53㎡)짜리 번듯한 가게로 옮겼고 신설동에 분점도 냈다. 그는 "'초등학교 중퇴인 내가 고대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고대생들에게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사랑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2004년부터 한 해도 빼지 않고 장학금 2000만원씩을 고대에 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위기가 왔다.

돼지고기와 야채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8년간 유지한 1000원 가격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을 견딜 수 없었다. 영철버거 가격을 1500원으로 500원 올렸다. 이씨는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지만 '빼먹을 것 다 빼먹었으니 그만두는구나' 하는 배신감을 학생들에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버거값이 50%나 오르자 손님이 크게 줄었다.

이씨는 지난해 말 고대를 찾아가 "죄송하다. 사정이 힘들어 올해는 장학금을 줄 수 없게 됐다. 2010년에는 꼭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처장은 "오히려 도와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더 미안했다"고 했다. 김 처장은 "그동안 학교가 진 빚도 갚을 겸 해서 영철버거를 도와주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틀 만에 햄버거 1만개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씨는 대기업 식품회사의 공장을 빌려 1만명분의 소스와 재료를 직접 만들어 영철버거를 공수할 예정이다. 행사 전날부터 본점과 분점 직원 10명이 총동원돼 밤을 새워야 한다. 이씨는 "올해는 언제가 됐든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철버거 맛보러 고대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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