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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치를 찾아서- 강쌍원(STX조선해양 전무)

작성자
박주백
작성일
2010.02.2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804
내용
다양한 가치를 찾아서- 강쌍원(STX조선해양 전무)

-경남신문-

연일 캐나다 밴쿠버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신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에도 종목 편중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그간 동계 종목 중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으로 인정된 것은 아마 쇼트트랙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마치 하계 올림픽의 양궁처럼. 최근에는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수차례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의 피겨스케이팅 전문가가 된 듯하다.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주목을 끄는 일대 사건은 이승훈으로 시작한 스피드스케이팅(빙속) 종목의 성과이지 싶다.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승훈은 오늘 새벽 1만m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은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 그리고 이상화 선수도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세계는 놀라는 눈으로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1976년 양정모 선수가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종목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그간 하계 올림픽에서 68개, 동계 올림픽에서 17개(2006년 토리노 기준)의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목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레슬링, 유도, 권투, 태권도와 같은 투기 종목이 대부분(31개)이고, 양궁을 포함하면 무려 47개로 전체 메달의 70%에 달하고 마라톤을 제외한 육상 종목에서는 아직 메달을 구경한 적도 없다. 동계 종목의 편중은 더 심해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 거둔 성과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상 처음 빙속에서 메달을 땄다.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도 유력시된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박태환 선수가 처음으로 수영에서 금메달을 땄다.

우리 사회는 하나의 가치만 지나치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젊은이와 그 부모들은 일류 대학을 거쳐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고시에 합격하는 것 아니면 의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것에 집착한다. 그래서 그 길로 향한 대오에서 상당히 이탈한 사람들을 마치 사회의 낙오자인 것처럼 대접하거나 스스로 쓸모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마저도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소위 마이너 계통(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메이저 계통 중 육체 노동(?)이 많은 흉부외과나 응급의학과 등에는 지원자가 전혀 없어 병원 운영에 차질마저 빚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동네 축구팀을 만들다 보면 전부 센터포워드를 맡겠다고 한다. 가까스로 포지션에 합의해도 공이 운동장을 두어 바퀴만 돌고 나면 골키퍼를 제외한 수비수를 찾기는 어렵다. 모두 골을 넣는 역할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야구팀을 만들다 보면 전부 투수를 하겠다고 한다. 특히 포수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렵다. 다만 축구와는 경기 모습이 많이 달라 회(回)를 거듭한다고 해서 아홉 명의 투수가 생기지는 않는 차이 정도는 있다.

기악 연주자 총아(寵兒)는 오케스트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악기 편중이 심해 단원 구성에 큰 애를 먹는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까지는 준수한데 오보에, 더블베이스에서 금관 악기인 혼, 바순으로 가면 훈련된 연주자를 찾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소위 인기 악기의 연주자들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지만 여타 악기에서는 엄청난 편차를 보여 대부분 유명 오케스트라들은 외국인 연주자를 쓴다고 한다.

언젠가 이 땅에는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는 단어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적이 있다. 지금도 아마 그런 조직이 상당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그 자구(字句)를 뜯어 보면 엄청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실 한 가닥[一絲]은 꼬이거나 혼란[多亂]을 일으킬 수 없다. 일사(一絲)는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불란(不亂)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가치는 다사불란(多絲不亂)이 아닐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가치를 추구하더라도 인정하고, 포용하고, 화합하여 공동의 선을 추구해 나가는 사회. 그 사회가 곧 선진 사회가 아닐까? 빙속 최초의 금메달이 이 사회가 다양해지는 어떤 신호처럼 느껴져 참 반갑다. 그래서 이번 한국 선수단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곧 만지게 될 육상 단거리 금메달과 스키 금메달을 꿈꾸면서.

강쌍원(STX조선해양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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