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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마을의 스토리텔링- 김철수(창원 대산미술관장)

작성자
박주백
작성일
2010.08.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588
내용
유등마을의 스토리텔링- 김철수(창원 대산미술관장)

-경남신문-

외환위기 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라면스프공장을 낙찰받아 아파트 팔고, 땅 팔고 융자 내어 전원미술관을 만든답시고 고향도 아닌 창원 대산 유등마을에 이사온 지도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농사 지어 한 집에서 판·검사가 나온 강변 느티나무 집도 있고, 지난해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상을 조각한 홍익대 교수도 바로 이 마을 출신이다. 두산그룹의 전 대표이사와 전국체전 역도 금메달리스트를 비롯, 부산의 경제 부시장도 옆 마을 출신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어디 그뿐이랴. 소싸움 대회에서 우승을 거듭하던 장군이가 4위로 추락해도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며 큰 현수막까지 달아 주고, 잃어버린 개를 애타게 찾는 마을방송은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정겨운 유등마을이다.

12년 전, 향나무 한 그루에 다 떨어져나간 문짝과 깨진 유리창, 콘크리트 바닥의 폐허공장 건물 두 개를 리모델링하고, 습기 찬 경비실에 기거하며 새벽부터 일어나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크고 작은 꽃나무들을 심어 8년을 준비한 끝에, 드디어 제1종 미술관으로 등록하게 되었다.

그날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에 만세를 불렀다. 이제는 제법 전원미술관 분위기가 풍기고, 인터넷 방문자 수도 82만명에 달하며 지난 12년간 65회의 무료 기획초대전과 다양한 문화활동 및 개방을 통해 농촌에 예술의 물꼬를 트다 보니 삶의 참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관람객으로부터 “늦게 발견한 좋은 곳, 이런 시골에 미술관이 있을 줄이야”, “스스로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이곳에 미술관 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 ‘천지창조’를 작업할 때, 한 친구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이보게, 미켈란젤로. 누가 알아준다고 그 구석진 곳까지 그렇게 열심히 그리는가.” 미켈란젤로 말하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리는 내가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그렇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농촌 속의 힘겨운 미술관 운영이지만 내가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나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리라 위로하며 난 오늘도 유등마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간다.

김철수(창원 대산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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