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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는 무사하신가

작성자
이수진
작성일
2011.01.1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242
내용

학생들 돈이면 다 할 수 있다는 생각 '답답'

겉만 번지르르한 어른들 욕심이 만든 결과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졸업생 가운데 의사 천 명이 나오는 게 소중합니까? 농약 안 치고 농사짓는 농부 한 사람 나오는 게 소중합니까? 아니면 판·검사 천 명이 나오는 게 소중합니까? 착한 사람 한 명 나오는 게 소중합니까? 의사나 판·검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을 속이거나 자연을 괴롭히지 않는 직업이라면 모두 소중하니까요. 그러나 사람이 병이 든 다음에야 치료를 하는 의사보다야 병이 들지 않도록 건강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부가 더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죄인들을 판결하는 판·검사보다야 죄를 짓지 않는 착한 사람이 더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죄인들이 없으면 판·검사 따위도 필요 없으니까요.

제 말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머리로는 의사나 판·검사 따위가 소중하고 가슴으로는 농부나 착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느낌이 드십니까?

학생들 돈이면 다 할 수 있다는 생각 '답답'

여러분에게 또 묻습니다. 학교는 사람 위에 앉아 사람을 부리는 법을 가르치는 곳입니까? 사람들과 어울려 땀 흘려 일하며 정직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곳입니까? 학교는 똑똑한 사람을 기르는 곳입니까? 아니면 슬기로운 사람을 기르는 곳입니까? 학교는 육식을 하면 몸에 좋다고 가르치는 곳입니까? 채식을 하면 몸에 좋다고 가르치는 곳입니까? 학교는 논밭이 소중하다고 가르치는 곳입니까? 도시 콘크리트가 소중하다고 가르치는 곳입니까? 학교는 황금이 좋다고 가르치는 곳입니까? 거름을 만드는 똥오줌이 소중하다고 가르치는 곳입니까? 학교는 경쟁을 하여 남을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곳입니까? 남한테 지더라도 어질고 착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곳입니까?

얼마 전에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한테 강연을 해 달라 하기에 다녀왔습니다. 강당에 학생들을 다 모아놓고 물었습니다.

"여러분한테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누가 여러분의 다리 하나를 잘라주면, 한국은행에 있는 돈을 다 준대요. 그게 정말이라면 여러분 가운데 다리 하나를 잘라 줄 학생 있습니까?"

겉만 번지르르한 어른들 욕심이 만든 결과

질문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장 자신 있게, 손을 든 학생한테 물었습니다. "정말 다리 하나를 돈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그 학생은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예, 돈만 준다면 지금 당장 바꿀 수 있습니다. 돈이 많으니까 다리 하나쯤 만들어 붙이면 되지요."

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자기 다리나 팔을 돈만 많이 주면 잘라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학생이 "선생님, 제 팔다리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좋은 일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묻기에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 돈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과 함께 살면서 희망을 찾아나서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왜냐하면, 돈은 있다가도 언제 없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번 돈으로 좋은 일을 해야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어찌 되려고 학생들마저 돈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 '답답함'은 오직 돈을 좇아 살아온, 우리 어른들이 지은 죄의 대가가 아니겠습니까. 아이들 앞에 서면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 마음속에 내 마음이 들어 있고, 겉만 번지르르한 어른들의 어리석음과 욕심이 다 들어 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경남도민일보/서정홍(농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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