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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생2막 열어준 마산, 내 그림의 전부

작성자
김철수
작성일
2011.01.1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739
내용

사람은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길을 걷고 그 길이 '기회'가 되기도 '위기'가 되기도 한다. 서홍원(65)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는 1969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활동하다 30년 전 창원대학의 전신인 마산대학으로 내려오게 됐다. 35살에 늦은 결혼 직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발령이었다. 하지만 서홍원 교수는 3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말한다. "마산·창원은 인생 2막을 열어준 내 그림의 전부다"라고.

'새 그림'으로 더욱 유명한 서홍원 교수는 30년을 함께한 창원대 정년을 1년 앞두고 있다. 전시회 준비와 후진 양성 고민으로 어느때보다 마음이 분주한 서 교수를 만나 그의 과거·현재·미래를 함께 정리해보았다.

서울서 활동하다 30년 전 부임 "주변이 모두 소재매일 감동"

   
 
서 교수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스케치하고 만들기를 좋아했던 소년을 한 스님이 눈여겨 보고 있다 불현듯 방을 내어주며 불상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소년키만한 불상을 몇달에 걸쳐 흙으로 만들고 나니 장정 3명이 꽃가마에 실어 모셔가는 의식을 치렀다. 서 교수는 당시 일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잊고 지내다 40여 년이 지난 어느날, 충청도 한 절에서 아직도 그 불상을 모시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갔다가 깜짝 놀랐다. 순금을 칠해 '번쩍번쩍'한 그때 그 불상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 불상이 어떡하다 내 최고의 작품이 됐어요"라고 웃으며 당시를 회고한다.

서 교수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끼는 마산 가포에서 새 삶을 살면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서홍원 교수는 "이 지역으로 내려와서 매일 매일 감동을 받았어요. 봄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벚꽃, 돌아보면 탁 트인 바다, 그리고 돝섬, 산…. 가는 곳마다 그림 소재가 되니 틈만 나면 돌아다니며 스케치를 했어요"라고 말하며 잠시 그때로 돌아간다. 문화의 중심은 앙이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생각에 정말 정신없이 진동, 옛거제, 남강, 성주사 등 곳곳을 돌아다니고 남겼다. 1990년 이 작품들을 모아 서울과 마산에서 두번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간결하고 단순해 보일 정도의 고도의 절제와 함축으로 표현된 농촌 풍경은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 오행사상을 공부하며 서홍원 교수 하면 떠오르는 '환(還) 시리즈'가 등장한다. 대학을 다닐 때도 닭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봉황 문양에서 착안해 새를 단순화한 그림을 그린다. 창원대학의 상징동물이 '봉황'인 것은 우연의 일치인지 의문이다. 원을 만들며 돌고 도는 그의 작품들의 주제는 한마디로 '윤회사상'이다.

지역미술계서 후진 양성할 계획 "한국화의 정신세계 잃지 않기를"

   
 
  ◀윤회사상을 담아낸서홍원 교수의 작품.  

서홍원 교수는 "봄에 그렇게 꽃이 활짝 폈다 사라지고 내년 봄에 또 활짝 피고, 모든 물질은 순환을 해요. 제행무상이라고 할까요? 생명이든 연이든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은 머물러 있는 것은 없어요"라며 작품의 소신을 밝힌다. 그래서인지 서홍원 교수 작품의 새에는 날개가 없다. 머물러 있다면 새의 날개가 보일테지만 여러 마리가 같이 돌고 있기 때문에 날개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모든 생명의 근본은 직선이에요. 사람도 가만 서있으면 '1'자와 마찬가지로 직선이죠. 직선에서 눈이 달리고 다리가 나오고 날개가 달려요. 한국화는 여백과 간결한 선의 미로 본질이 표현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 교수는 요즘 젊은 화가들이 먹과 선을 등한시한다고 보고있다. 서양화와 한국화의 논리는 분명 다름에도 표현법을 따라하다 정신세계까지 서양화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홍원 교수의 큰 고민이다.

서 교수는 정년 후에도 지역미술계에 몸 담으며 후진 양성에 노력할 계획이다. 작품 기부와 지도 봉사를 통해 활동 폭을 좀 더 다양하게 넓혀 10년 후에도 지금의 삶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년퇴임 전인 올 10월쯤 제자들과 성산아트홀 전관을 빌려 전시회를 여는게 그의 올해 목표다.

서홍원 교수의 작품은 오는 3월에도 만날 수 있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지만 3월 초 오하룡 시인과 '2인 시화전'을 추진, 마무리 작업 중이다. '그림이 있어 살고 그림이 있어 내가 존재한다'는 그의 말이 꼭 전시회장에 초대하는 '인사말' 같이 느껴진다.

 

                                                               이혜영 기자 lh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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