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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품이 현대미술을 만날 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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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404
내용

민속품이 현대미술을 만날 때 
 
오브제 탐구 조각가 천원식 개인전 '오아시스' 17일까지 창원아트센터

 

 

미술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발견하길 원한다. 이른바 독창성이다. 많은 미술가들이 미술의 독창성 대부분을 피카소가 독점했다고 말한다. 어떤 독창성도 모두 결국에는 피카소로 통하더라는 이야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카소 이후에도 독창성 넘치는 작가는 많고 많다. 독창성 역시 폐쇄적 개념이 아니고 여전히 목마른 영역이다. 이 길을 찾고자 수많은 작가가 외로운 길을 달려간다.

지역에선 독특하게 독창적 오브제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가 있다. 2차원적인 콜라주에서 3차원적인 아상블라주를 응용한 작품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조각가 천원식이다.

 오랫동안 오브제의 의미를 탐구해온 작가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 준비도 잠시 미루고 일곱번째 개인전 '오아시스'를 열었다.

작가가 오브제의 끝점에서 찾은 것은 민속품이다. 주로 골동품 가게에서나 만날 수 있는 다듬잇방망이, 쟁깃날, 주판 등이 주재료다.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들이다. 이른바 레디메이드인 셈이다. 작가는 이를 활용해 약간의 변형을 가해 원래의 의미를 뒤집는다. 쓸모, 즉 실용이란 관점의 물체가 쓸모없는, 즉 정체불명의 오브제가 된 것이다.

저마다 고유한 기능을 지닌 골동품이 다른 '용도'로 변했다. 다듬잇방망이는 끝이 뾰족한 황동을 붙여 펜을 연상하게 했고, 주판은 물고기의 비늘로 바뀌었다. 쟁깃날은 소의 얼굴로 변해 뚜레(소 코걸이)를 달기도 하고 곤충의 날개로 변신하기도 한다.

대량 생산된 남자 소변기에 샘이란 이름을 붙이고 전시에 내놓고 예술품이라고 우긴 마르셀 뒤샹도 웃겨버릴 작품이다. 뒤샹이 만든 '반예술로서의 예술'과도 다른 또 다른 오브제 미학이다. 대량생산과 수공민속품은 레디메이드와 핸드메이드의 차이만큼이나 간격이 크다.

당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보고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했던 마르셀 뒤샹(1887~1968)과 눈대중으로 만든 다듬잇방망이를 최고의 예술품으로 인식하는 천원식은 오버랩되는 위치가 다르지만 개념조각의 범주에선 멀지 않다.

팸플릿의 전시 평을 쓴 경남도립미술관 박은주 관장은 "라우센버그의 '컴바인 페인팅'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천원식은 현대생활을 예술에 결합시킨 것과 달리 과거생활을 예술에 결합한 점에서 다르다"고 평가했다.

매끈하게 잘 빠진 현대적 철 구조물과 오브제의 접점을 보면 작가가 오랫동안 오브제의 물성을 몸소 체득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기술적 테크닉도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마도 수집가의 방에 걸려 있었을 법한 각종 민속품에 현대미술이란 옷을 입힌 작가의 작품이 찾고 있는 오아시스가 어디인지 알길 없지만 다음 8번째 전시의 무게감은 더욱 커질 듯하다.

17일까지 창원 진해구 여좌동 761-474 진해역 내 창원아트센터. 010-3841-4184.

경남도민일보/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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