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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갤러리] 조정규 作 ‘심산유곡’
웅장한 산세보다 더 깊고 굳은 선비의 기개
심산유곡(深山幽谷), 깊고 깊은 고요한 산과 골짜기 사이로 빼곡한 소나무 우거진 산길을 하얀 도포를 입은 한 선비가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오르고 있다.
1912년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심산유곡도(66×130㎝)는 여름철 수풀이 우거진 산수를 그렸으나, 웅장한 산세나 강의 경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 선비로 대변되는 작가의 마음과 굳은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림 위 여백에 경남의 대표 서예가 유당 정현복 선생이 남긴 “심산유곡과 기암절벽에 푸른 솔이 웅장하게 연이어 있어 무주 구천동 계곡에서 세속의 때를 말끔히 씻은 것 같구나”라는 화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故 백양(伯陽) 조정규(1892~1966)는 함안의 최초 동양화가이자 소치 허련, 의재 허백련으로 이어지는 남종 산수화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정통 문인화가이며, 강직한 애국지사이기도 했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연루돼 수차례 투옥됐고, 40세 때 건강이 나빠져 금강산에서 요양할 당시 한 스님과의 인연으로 사군자를 배우게 된다. 이후 남도 특유의 운치가 스민 격조 높은 산수화를 그린 의재 허백련 선생에게 가르침을 계속 받으며 본격적인 화가로서 화업을 펼치게 돼 의재와 함께 1938년 ‘연진회’를 결성하고 후진 양성을 통해 한국 남종화의 거대한 맥을 이었다.
1939년 제18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호산청하’로 입선, ‘춘산백운’을 비롯해 선비의 높은 기개와 정신을 화폭에 담아 산수화로 승화시킨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2010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조정규(趙定奎) 화백 유작전을 개최한 바 있다.
경남신문/조윤제기자
도움말=경남도립미술관 인턴 큐레이터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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