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랬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리는 것이었고 미세한 털 하나까지 보일 만큼 섬세한 터치를 요했다. 하지만 폴 세잔이 자연을 원통과 구, 원추로 다루고 피카소가 대상을 분해해 조각으로 나타내면서 그 법칙은 깨지기 시작했다. 자연을 소재로 그리지만 자연을 모사하지는 않는, 자연의 속내를 그리는 강복근과 박상복 작가의 전시가 각각 아츠풀 삼진미술관과 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바다의 푸름을 담다 = 그의 작업실을 보고 '그린홀릭(Greenholic)'인가 의심을 했다. 강복근 작가의 작품은 온통 녹색이었다. "원래 추상을 했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제 작품은 구상으로 변해 있었죠. 자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나무와 들판, 파도, 빛 등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강복근 작가는 털털하고 꾸밈이 없다. 인위적이고 틀에 박혀 있는 관행을 깨고자 자신을 스스로 낮춘다. 또한 느림의 미학을 늘 동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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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늘 변화하면서,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습니다. 수천 년의 고독과 침묵을 통해 조그만 풀잎에서부터, 저쪽 강 숲까지 격정을 이겨낸 산물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내 그림에, 아니 내 삶 속에서 제시하고 싶어요."
자연, 자생 그리고 자아라는 명제로 꾸준히 작업해온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 총 20여 점을 내놨다. 그는 붓을 사용한 일반적인 작업과 달리 20여 년 전부터 붓 대신 나이프를 잡고 스크래치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40호 정도 크기의 파도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재의 다양화를 꾀했으면 합니다." 전시는 7월 22일까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추곡리 534. 문의 055-272-0335(아츠풀 삼진미술관).
◇호(號)를 만들다 = 그의 색은 사계절이다. 붓 터치는 가볍지만 거기서 뿜어 나오는 빛은 강렬하다. "'기법을 터득한 후 그것을 잊고 통찰로 그 이상의 세계를 꿰뚫고 직관해야 비로소 참다운 경치가 이뤄진다'는 공자의 말이 좋았습니다. 저의 작품은 사진이 아니라 예술적인, 조형적인 눈으로 바라본 작품입니다."
박상복 작가는 대학교 때부터 사계절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취해 여행을 곧잘 다녔다. 그리고 그의 손엔 항상 붓과 물감이 있었다. 구상과 추상, 수묵과 수채라는 형식과 기법을 뛰어넘어 화폭에 자연을 담았고 그의 눈으로 자연을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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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은 18번째인데 '함산(咸山)의 그림 기행전'이다. "호를 제가 만들었어요. 함양이 고향인데, 함양할 때 함자와 뫼 산자를 붙였죠. 호에는 과거에 그래왔고 현재도 그러하고 미래도 그러할 것이라는 저의 작품관을 담아있습니다. 나를 찾았다는 의미죠."
이번 전시에는 총 34점을 내놨다. 산의 순수함과 자연 앞에서 느끼는 숭고함이 담긴 작품도, 자연이 가진 기본적인 형태에 그만의 시각과 색채가 담긴 작품도 있다. 전시는 6월 3일까지.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9길 22-2(남성동). 문의 055-243-3250(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