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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천연염색 연구가·디자이너 박명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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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415
내용
[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천연염색 연구가·디자이너 박명숙
자연재료로 자연스럽게 물들인 자연의 옷
기사입력 : 2012-06-05  

 

천연염색 연구가이자 디자이너인 박명숙 작가가 성산아트홀 소극장 맞은편 전시실에서 ‘아! 나비 타고 오는 그대여’에 출품했던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창원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성산아트홀에 가보았을 것으로 압니다. 소극장 맞은편 전시실 초입, 여성복 가게인 것 같아 보이는 작은 공간 기억 나십니까? 아마 호기심에 다가갔다 섣불리 들어가기 멋쩍어 그냥 돌아나온 분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곳은 천연염색 연구가이자 디자이너인 박명숙 작가가 상주하는 작업실입니다.

동아대학교 응용미술과에서 염색을 전공한 박 작가는 1980년대 후반, 일본 센다이로 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일본식 염색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본 염색은 바늘을 이용해 인공의 미를 가해 질서정연을 새기는 작업이었지만 그녀가 추구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한국으로 돌아와 천연염을 접하게 된 박 작가는 자유분방과 우연의 미를 강조하는 전통염색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실을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박 작가가 주로 하는 염색 기법은 ‘홀치기’입니다. 이 기법은 항구에서 배를 묶는데 쓰이는 동앗줄을 천에 친친 감아 감물, 양파물, 풀물 등을 들이는 기법입니다. 그녀는 특별히 양파물을 선호하는데, 거기서 만들어지는 카키색이 박 작가의 넘버원 컬러입니다. 특히 박 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색에 전혀 의도치 않은 ‘플러스 알파’가 곁들여져 창조되는 아름다운 색 때문에 홀치기 염에 매료됐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작가의 뜻대로 작품이 나와지지 않는다면 ‘마이너스’가 아니냐는 물음에 박 작가는 일언지하에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바로 그것이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그녀의 염색 철학입니다.





그렇다고 박 작가가 천연염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화학염과 일본식 염색을 접목시키는 등의 과감한 실험정신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신의 연장선상 위에서, 박 작가는 직접 디자인한 옷도 제작합니다. 서양 복식에 우리나라 두루마기 깃을 접목해 홀치기염을 넣은 상의가 대표작입니다. 초기에는 전시를 위해 화려한 옷을 만들었지만 생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의복은 쉽게 잊혀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복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구슬, 지퍼 등 현대적 기법을 가미한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 덕에 창원지역에는 그녀의 브랜드를 고집하는 상당수의 마니아들이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2010, 2011년에는 영화배우 서갑숙 씨가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데 의상협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갑숙 씨의 친한 지인이 성산아트홀에 들렀다가 우연히 작업실을 구경한 후 박 작가를 서 씨에게 추천한 것인데요.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노출이 심한 요란한 옷을 입은 반면 서 씨는 고풍스러운 천연염색 의상을 입은 덕에 영화제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후 서 씨는 박 작가와의 끈을 놓지 않고 매년 의상협찬을 제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 작가는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근래에 제작한 옷들로 전남 진도군의 나절로 미술관에서 ‘아! 나비 타고 오는 그대여’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이미 끝나버렸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시를 마친 작품들은 그대로 성산아트홀로 운반돼 박 작가의 작업실에 걸려 있으니까요. 이제 여러분이 그 문을 두드릴 차례입니다.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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