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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이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한 것과 관련, 도내 문화계 관계자들이 '어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 관장은 한 시민단체 간부의 글에 "술 마시고 떠들고 예의없고 막노동자의 유니폼이 결혼식장이든 식당이든 클래식 공연장을 활보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아 구설에 올랐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8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예술에도 품위가 있다. 노동자들의 노고와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외부 관광객들 눈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시민에게 문예회관의 문턱을 낮추고자 오랫동안 해온 노력을 무색게 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특히 거제지역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지역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문화예술 행정을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도내 주요 문화예술회관은 시민들과 가까워지고자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도내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 |
◇'시민과 함께하는' 문예회관 자리 잡아 = 도내 문화예술회관들의 문턱 낮추기는 거제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 도시인 창원에서도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
창원문화재단 성산아트홀은 지난 2010년 창원국가산업단지 공장장협의회와 '근로자를 위한 문화복지협약'을 맺었다. 이는 문예회관에 대한 노동자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노동자들도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개방형 문화공간임을 알리고자 함이었다.
성산아트홀은 협약을 통해 노동자들이 입장권을 구입하면 단체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원하는 이들에 한해 문자메시지와 전자우편 등으로 공연 정보를 신속하게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성산아트홀은 또 공연 때가 되면 직원들이 먼저 작업복 차림으로 관객을 맞는다. 무거운 정장 차림이 아닌 가벼운 흰색 점퍼 차림을 하는 것. 이는 보다 활동성 있는 모습으로 시민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산아트홀 관계자는 "내부에서 정장 차림은 시민들에게 가식적인 이미지로 비쳐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고 파악했다"면서 "흰색 점퍼 차림을 하면 시민들 눈에 잘 띄는데다, 활동적으로 보여 보다 적극적인 민원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창원은 STX, 경남에너지 등 기업이 주최·후원하는 문화행사가 많다. 이때 초청된 직원 대다수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문예회관을 찾는다.
창원 3·15아트센터 직원은 이에 대해 "자신이 일하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당당하게 활동하는 모습에서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 부러울 때도 있다"며 "이런 자신감과 당당함의 표현을 문예회관이 막을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영국 내 대표적인 공업도시 버밍엄에 있는 공연장은 도시 특성을 반영해 복장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서 "예술에 대한 예의와 격식을 따지기보다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거제 문화의 특수성 알아야 = 올해 2월 현재 거제시 인구는 23만 명을 조금 웃돈다.
이 가운데 양대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에게 부양 가족을 한 명만 더해도 거제 내 양대 조선소를 통해 생계를 잇는 인구는 10만 명이 넘는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거제에는 결혼식, 장례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나 의례에 작업복 차림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
무엇보다 장승포에 위치한 거제문화예술회관은 조선소가 밀집한 신현·옥포와 차로 20~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등 입지 조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옥포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업무는 오후 6시 30분이나 돼야 마무리되는데,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은 대부분 7시에서 8시 사이에 시작한다"며 "안 그래도 거리가 멀어 가기가 바쁜데, 집에 가 옷 갈아입고 저녁도 먹으면 도저히 공연 시간을 맞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거제의 한 문화예술인은 "거제문화예술회관 입장에서 양대 조선소 노동자들은 가장 큰 문화소비층에 속하는 집단"이라며 "이들의 문화 활동을 복장 운운하며 폄하한다면 이는 문화예술회관 경영에 자질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요즘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살리기보다 유명 배우나 인기인들이 출연하는 인기 영합주의적 기획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김호일 관장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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