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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 외치면서 지역예술 지원금은 왜 삭감하십니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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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47
내용

국정 과제로 '문화융성'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 전문 예술인 창작을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융성을 이룰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가 지역에 배분되어야 할 몫을 빼돌려 보여주기식 치적 사업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군다나 삭감된 예산이 지난 몇 년 동안 도내 문화예술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문화예술 수준 하락도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한지협)는 올해 215억 6000만 원이었던 지역문화예술진흥사업 예산이 내년에는 19.5% 삭감된 173억 원만 배정됐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원에서 예산 100억 원을 추가 반영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지만, 지난 13일 기재부 2차 심의에서도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위원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문화예술진흥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자체와 함께 예산을 편성해 지역협력형으로 벌이는 사업이다.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지역특성화 육성지원·기획지원 사업, 레지던스 사업으로 나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지역 예술단체는 창작은 물론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을 병행하도록 되어 있다.

즉 예술인 창작 지원을 주로 하되 문화복지와 향유 분야 일부 예산이 중복 편성돼 있는 셈이다.

특히 경남은 지역문화예술진흥사업 혜택을 톡톡히 봐왔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단체는 모두 9곳. 통영 극단 벅수골, 진주 극단 현장, 사천 극단 장자번덕, 극단 마산,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 거제 극단 예도, ㈔아름다운 우리가곡, M&S무용단,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주인공이다.

이들 단체는 한 해 적게는 6000만 원에서 많게는 9000만 원까지 이전에 받지 못한 거액을 지원 받았다.

이 사업으로 마련된 탄탄한 재원은 상근 단원 수를 늘려 단체의 안정적 운영 기반을 세우고(진주 극단 현장·아름다운우리가곡), 전국을 무대로 한 대형 작품 제작(극단 마산·극단 객석과 무대·극단 예도)에 뛰어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극과 전통음악, 그리고 서양음악이 함께하는 퓨전 창작가무악극 개발(극단 마산·아름다운 우리가곡), 활발한 서울 및 해외 공연(벅수골·현장·큰들문화예술센터), 도내 연극 사상 두 번째 전국연극제 2년 연속 대상 위업 달성(장자번덕·예도), 전국무용제 금상(M&S 무용단), 지역 초연 후 서울 진출을 목표로 한 창작뮤지컬 제작(객석과 무대) 같은 성과가 만들어져 경남 문화예술 자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레지던스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 시·도 문예진흥기금 사업 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등급을 받아 전국적으로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신희재 문화사업부장은 이와 관련해 "지역협력형사업 예산이 사업 시행 초기에 내려오지 못하면 도내 문화예술 지원정책 전반에 부실을 낳을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기재부 안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그동안 이 사업 지원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던 도내 문화예술 단체들은 활동범위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번 기재부의 예산 삭감 방침에 대해서는 "문화융성에 걸맞은 사업은 해야겠고 재원은 부족한 탓에 지역으로 돌아갈 몫을 줄이는 대신 국민들 눈에 잘 띄는 새로운 사업으로 돈을 돌려 사용하려는 내막이 있지 않은가 싶다"며 "가뜩이나 내년부터는 예년에 16개 시·도가 나눠받던 돈을 세종시 포함 17개 시·도가 나눠 받아야 되기 때문에, 만약 기재부 안대로 되면 사안이 전국적인 민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 사이에서의 우려 목소리도 높다.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 문종근 대표는 "이번 기재부 결정은 자생력이 부족한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면서 "객석과 무대만 해도 공연장상주단체 지원금이 메세나 지원금을 제외한 한 해 전체 예산의 70%에 달하는 실정이다. 사업 축소는 줄어드는 예산만큼이나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이 가지는 철학적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더욱 얕아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 차원의 추가 예산안 협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 대한 예술인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예산 삭감과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다. 한지협은 지난 12일과 13일 회의를 열어 지역협력형 사업 기금 배분 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한지협 내 정책협력위원회는 정부 예산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기로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국 시·도 문화재단들도 이번 예산 삭감 움직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 작업에 나서 향후 대응방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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