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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단 이제 공연장·축제에서 벗어나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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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00
내용

지역문화재단 이제 공연장·축제에서 벗어나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문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이 같은 물음에 답을 구하는 포럼이 10일 오후 2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열렸다. '제1회 김해문화재단 정책포럼'이 그것이다. 포럼은 올해로 설립 9년째를 맞은 김해문화재단이 지역에 맞는 문화정책을 세우고 이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고자 마련됐다.

김해문화재단을 비롯한 도내 기초지자체 설립 문화재단들은 대부분 지자체가 세운 공연장 시설을 수탁 관리하는 역할에만 편중돼 있다. 창원문화재단, 거제시문화예술재단이 대표적이다. 진주문화예술재단과 사천문화재단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관련 사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 재단은 시설과 축제 운영에 급급한 나머지 지역문화정책과 향후 비전 제시 또는 문화공동체 생성 및 활성화 같은 '지역중심 문화활동'에는 전혀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포럼은 기초지자체들의 문화시설·행사 수탁만을 전제로 한 재단 운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고, 문화재단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 10일 오후 2시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제1회 김해문화재단 정책포럼이 열렸다. /김해문화재단  

"문화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현재 김해시에는 김해문화의전당을 비롯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존재한다. 더욱이 장유 율하지역에는 중극장 이상 되는 700석 규모 공연장과 수영장, 도서관이 추가로 건립될 계획이다. 인근 100만 도시 창원보다 시설부분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그렇지만, 김해시가 한 '2020년 인구 60만 전국 10대 도시 도약을 위한 시정방향' 설문조사에서 문화시설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시민 비율이 20.5%로 꽤 높게 조사됐다.

박대호 김해문화재단 행정지원팀장은 이에 대해 "지역민의 생활 속에 문화가 자리매김하지 않아 시설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화정책이)지역민 생활 구석구석, 직접 들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선행 과제로 '김해 문화의 기틀을 다질 2013김해문화지표조사와 문화정책팀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2013 김해문화지표조사는 추상적인 개념인 지역문화 구축과 발전 정도를 객관적·정량적으로 파악해 지역문화정책 방향 정립의 토대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문화지표를 바탕으로 문화지원 사업을 전개하려면 재단 내에 이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정식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문화지원 사업이 활성화돼 지역에 뿌리내린 지역문화재단을 보면 문화정책팀이 조직돼 있으며, 별도로 문화사업팀까지 조직되어 있음을 참고해 조직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재단이 할 일로는 △지역에 문화 생비자(프로슈머) 개념 확산을 위한 노력 제고 △예술가 창작 환경 지원 △예술가와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구성 △김해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활용한 각종 지원이나 공모사업 개발 등을 꼽았다.

"문화정책 흐름 읽어야"

이날 포럼에서는 지역문화정책의 흐름과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지역문화정책은 참여정부 이후 전체적으로 문화정책에 대한 지역이전이 큰 틀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팀장은 이어 "지금까지 문화정책이 공연장 등 인프라 조성 중심에서 최근에는 프로그램과 사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중장기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기획도 강화되는데 문체부는 '지역문화컨설팅' 사업으로, 지역문화재단들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으로 기획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 팀장은 또한 "지역공동체에 초점을 맞춘 문화정책 시도, 예술가와 예술단체 지원체계 개선, 다양한 지역문화의 주체들과 협력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역문화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춘천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전문가의 재단운영 참여 △재단 중장기 비전과 중요임무 수립 위한 정기적인 지역과 문화포럼 마련 △문화예술지원사업의 다변화 △창작공간 아르숲, 낭만 골목, 공연제작 사업 등 실험적 기획 사업 진행 △지역 문화활동가 양성을 위한 지역문화인력워크숍 마련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 △지역문화 아카이브 구축 △생활문화공동체 사업 등을 전개해 왔다.

지역예술인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춘천 내 자생적 문화 인프라 구축 작업과 문화자산 발굴·보존 등 다양한 기획 사업으로 지역 문예 진흥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문화다양성·공동체 회복해야"

차재근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은 지역문화재단이 담당하는 모든 업무에 꼭 투영시켜야 하는 두 가지 지향점으로 '문화다양성 보존'과 '공동체 회복'을 꼽았다.

차 실장은 문화다양성 보존에 대해 "세계주의와 보편주의가 몰고 온 획일화 앞에서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조마저 유치하게 느껴진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서울과 부산은 지역의 하나일 뿐이며 김해 역시 문화다양성을 이루는 소중한 문화적 특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지역문화의 다양성 보존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으로는 "지역문화균형발전과 문화 분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 실장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대해 "일제강점기 황국신민화 정책에서 비롯한 우리 사회 내부의 공동체 파괴는 초대 이승만 정부, 군사독재시기까지 회복되지 못했다"면서 "모이는 것이 두려웠던 시기가 길어지면서, 예쁜 공동체는 사라지고 정치에 필요한 이상한 공동체만이 살아남았다. 그런데 사라져버린 예쁜 공동체는 모두 문화에 기반했다"고 진단했다.

공동체 회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린 민족의 허리처럼 잘록한 문화의 허리를 다시 튼튼히 만드는 과정이 바로 공동체 회복이다"며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서 시작된 창의성이 풍성한 지역과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러한 공동체가 제 역할을 하게 될 때 문화융성의 시기가 자연스럽게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문화재단이 이러한 노력에 앞장서지 않으면 그야말로 직무유기"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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