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지난 5일 경남도립미술관 개막행사가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술관으로 황급히 뛰어가던 중, 한 작가가 "스리톱이 다왔다"고 말을 건넨다. '뭘 말하는 거야'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도지사, 교육감, 도의회 의장!"이라고 답했다.
만 2년가량 문화부 기자를 맡은 이래 도지사가 미술관 개막행사에 온 건 처음 있는 일. '이게 웬일이야'며 부랴부랴 미술관으로 뛰어들어갔다.
빨간색 넥타이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홍준표 도지사다. 그를 필두로 사람들이 떼를 지어 2층으로 올라갔다. 원래 개막행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전시 기획을 맡은 학예사의 설명에 따라 미술관을 둘러본다.
학예사의 전시 설명은 오로지 스리톱을 위한 것 같았다. 스리톱 주위에는 문화예술과 공무원, 미술관 관계자,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그들의 곁을 지키는 청원경찰 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미술에 관심있어 하는 일반 시민은 뒷전이었다. 기자도 전시 설명을 듣기를 포기했다.
도지사는 5시 40분 쯤 떠났다. 그러자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갔다.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를 위한 개막행사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전시개막이라는 본래의 의미보다 의전행사에 치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문화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도지사는 드물다. '혹시나' 왔을까 기대를 하지만 '역시나' 오지 않는다. 대부분 축전으로 축하를 대신할 뿐.
오죽하면 개막행사에서 만난 미술계 사람들이 "도지사가 무슨 일로 왔을까"며 배경이 무엇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을까.
문화부 기자와 문화인들에겐 '소외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스 가치를 따질 때 문화는 뒷전일 경우가 많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사회·경제에만 신경을 쏟았지 문화는 뒷전이었다.
도지사가 미술관에 나타난 까닭에 대해 분분한 것도 이런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까.
경남도민일보 스크랩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