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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화 옷 입고 재생을 꿈꾸다](1)민·관 협력 부족한 마산 도시재생 사업
한때 마산은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큰 도시로 손꼽힐 만큼 큰 시세를 자랑했다. 그러나 인근에 신도시인 창원이 생기고, 섬유와 철강, 수출자유지역 등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산업이 국제 환경 변화에 따라 쇠퇴하거나 타지로 이전하면서 1990년대 후반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인구 유출로 도심 공동화가 심화하고, 상권은 위축됐다.
이에 지난 2010년 7월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창원시는 쇠락한 마산 구도심을 재생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의 중요한 축이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이다. 창원시는 경남의 어느 지역보다 문화적 기품이 높고 콘텐츠가 풍부한 마산의 가치를 재발견한 다음 이를 활용해 쇠락한 구도심 상권을 살리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창동예술촌 개촌을 시작으로 부림시장 창작 공예촌, 오동동 통술골목 내 소리 길, 오동동 문화광장을 조성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민관 협의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이런저런 우려와 말썽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마산 창동·오동동 일대에만 투입된 돈이 300억 원이 훌쩍 넘을 정도라 타지역 주민들의 반발심도 높이고 있다. 더욱이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기본목적인 인근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건물주와 상인들 소득 증대를 위한 상권 살리기에만 치중돼 있어 제대로 된 도시재생 정책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경남도민일보>는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을 펼치는 국내외 사례지를 소개해 마산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점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재생이라는 단어가 새로울 법하지만 도시재생은 1950년대부터 있었다.
재구축 정책(50년대), 활성화 정책(60년대), 재개발 정책(70년대), 재건 정책(80년대), 재생 정책(90년대)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최근엔 창조경제라는 기치 아래 도시창조라는 단어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앞으로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도시재생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도시가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에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침체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세계 많은 도시가 내세우는 키워드로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이 떠오른 것이다.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빠르게 이뤄지는 산업구조 재편은 한 도시의 명운을 갈라놓는 주요 요인이 됐다.
한동안 영화를 누리던 도시도 산업 경기 침체, 주요 업체 이전, 그리고 부도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
경기 침체는 자연스레 도시 인구 감소를 가져왔다. 인구 감소는 공동화 현상을 불렀다. 이런 현실은 많은 도시의 개발 모델에 새로운 자각을 심어줬다. 이른바 대규모 공장 중심의 하드웨어 시대에서 창조적 지식 산업 중심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다.
이때부터 문화예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화는 지역마다 차별화되는 고유성과 특수성을 지녔다. 더욱이 오랫동안 지역민들이 공감하는 삶의 모태로 기능을 해 왔다. 예술은 외부인들을 도시로 끌어들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고 공동화로 죽어가는 지역에는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문화예술이 도시재생 수단으로 여겨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은 그 지역만이 가진 고유의 역사, 문화, 인물 자산을 활용해 쇠락한 지역의 주민들이 더욱 풍요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만큼 지역 공동체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는 일본의 마치즈쿠리(まちづくリ)와도 일맥상통한다.
마치즈쿠리는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 학생운동, 석유파동이 낙관적인 발전주의에 경종을 울리면서 나타났다. 학자들 사이에서 지역사회의 고유 가치에 기초를 두고 거주자 주체성에 근거해서 주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속에서 마치즈쿠리는 '주민의 의견을 누적시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주민참여' 활동으로 발생했다.
마치즈쿠리는 인간 정주공간을 보다 윤택하고 살기 좋게 변화시키려고 주민과 행정이 각기 주가 되어 협력과 연대하고, 기업이 지역활성화에 지원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구체적으로는 주택지 일조권을 침해하는 고층빌딩 반대, 공장공해 반대 운동,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구의 가로경관 보존 운동, 도로와 공원 정비를 통한 주거환경의 단계적 개선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권리와 재산을 존중하면서 전통적으로 역사와 삶의 축적을 함께 공유한다. 공동체성 회복이 사업정책, 복지·교육문제 등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생활기반을 향상시키는 종합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마치즈쿠리를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도입해 정책화했다.
마을 만들기는 획일화된 개발행정의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마련된 정책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말미암은 마을의 고유성과 독창성 상실, 개발이익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과 원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그리고 단절된 시간·공간·사람 간 사이 회복을 꾀한다.
주거지 보존과 개선, 주민 간 소통과 화합을 통해 주민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이고 정주 의식을 확고히 해 공동체로서 마을의 기능을 다시금 찾도록 하는 일이다.
마을자원을 발굴하고, 주민프로그램을 운영해 마을공동체 기반을 조성한 다음 궁극적으로 마을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 자생적이기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추진방식도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여 시·군·구 심의를 거쳐 시·도 및 중앙정부에 제출하면 검토하여 선정하는 공모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의 마을 만들기는 지역주민의 자발 참여를 통해 자생적으로 이뤄지기보다, 지자체 중심으로 사업이 확정되면서 진행과정에서부터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홍진이 지방행정연수원 교수는 "이렇게 되면 마을 만들기에 대한 의미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명확한 합의가 없어 실체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그 지역 전체보다는 일부 집단과 계층만이 참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주민의 자발성과 지속적 참여가 부족 △사업이 예산의존적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는 창원시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주민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관이 주도한 정책은 창동예술촌을 가로 경관 개선 중심의 하드웨어 구축에만 머무르게 했다.
예술촌 전체를 아우르는 주민 역량이 없으니 항상적인 아이디어가 모이지 않아 각종 이벤트마저 관에서 모두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창동예술촌은 운영에서도 주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주체가 아닌 관이 공모를 통해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겉으로만' 민관 협업 구조를 띠었다.
관에서 사업을 찍어누르고, 자발적 참여를 통한 소통과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창원시와 상인회, 입촌작가, 민간대행사업자 간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 결과 불명예스럽게도 창동예술촌 초기 민간사업자는 부정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입촌작가들 사이에서도 내부 알력이 생겨 심한 반목을 겪기도 했다.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하는 관은 민간사업권을 여기에 줬다, 저기에 줬다 하며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러는 사이 마산지역 도시재생 사업을 보는 여론은 싸늘해져 갔다.
문화예술을 통한 마을 만들기와 도시재생 사업을 오래도록 연구한 신동호 코뮤니타스 대표는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재창조 사업의 근본은 주민주체, 주민협의회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이다"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길더라도 주민협의체 속에 민주적인 논의 구조를 만들어 인내하고 함께 협의해야지, 프로젝트 성으로 사업을 늘어놓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가 하는 사업 중에 시행주체가 시혜성 이벤트로 점철된 사업을 하는데, 이는 보기에 번지르르하나 남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소개하게 될 국내외 사례지는 △민간 주도 활동이 관의 지원을 이끌어 낸 지역 △민관이 서로 협력해 근대건축유산을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에 안착시킨 사례 △기업이 쇠락해 가는 지역활성화에 지원한 사례 등이 소개될 예정이다.
나머지 1회는 이들 사례지를 통해 마산 구도심 도시재생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도시재생 '구도심 새단장'에서 벗어나라
경남도민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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