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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장애인시설에 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얼마 전,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이 밥을 먹으러 가지 않으려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시설종사자가 뒤에서 목을 조르거나 신체 일부를 폭행하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 지속적인 폭력을 행한 사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거주시설에 사는 한 지적장애인은 오른쪽 고관절 부위를 15회 정도 차이면서 고관절 골절을 진단받아 병원에서 수술받기도 했다. 장애인을 폭행하는 일에는 시설 부원장도 가담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은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 문제가 오래전부터 반복되고 있는데, 이 관행을 끊어야 한다'며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수조사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실제 시설 내 폭행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2011년에도 정부는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이듬해 조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40명이 거주하는 시설에 공무원 2명, 장애인 단체장 2명 정도가 참여하여 시설 한번 쓰윽 둘러보고, 시설장과 면담하고, 거주인 만나 3분도 안 되는 시간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는 게 고작이었다. 총 3시간여 만에
끝내는 전수조사였다. 이에 대해 우리 단체를 포함한 인권단체들이 허술한 조사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과는? 당연히 '모든 거주시설이 잘 운영하고 있다'고 나왔다. 이번 폭행사건은 복지부 조사를 마친 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터진 사건이다.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시설 내 폭행이 2011년부터 자행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복지부와 지자체가 합동 조사한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무원들은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걸까? 아니다. 해외 사례를 통해 방법은 늘 제시되었다. 사전 연락 없이 방문하여 조사할 것, 조사지를 사전에 공개하지 말 것, 거주인 1명당 조사원을 1명으로 하여 적어도 1시간 이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할 것, 조사는 시설종사자가 개입할 수 없는 독립된 공간에서 할 것, 조사팀의 50%를 인권단체 전문가로 참여토록 할 것, 장애인상담원들을 참여시킬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매번 시설 측의 항의에 밀려 항상 묵살되었다. 지난 2011년 경상남도에서 위의 원칙의 몇 가지를 적용한 시설조사가 시행되었다. 그 결과 시설 내에서 인권침해나 인격손상을 경험한 바가 있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73%나 되었고, 시설을 나가고 싶다고 말한 장애인도 62.9%나 되었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시설 측은 '많은 조사원이 들이닥쳐 위화감을 조성하고, 장애인들을 오랜 시간 붙잡아 조사하는 등 문제가 있는 조사'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며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상황이 시끄러워지자 경상남도와 도의회는 시설측 입장을 들어주어 이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도의회는 '시설장애인의 인권침해 예방조항을 포함한 장애인권조례를 제정하자'는 의견마저 '시설 측과 합의해오라'는 주문을 하며 아직도 심의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전수조사를 지시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리고 경상남도지사는 왜 아무 말이 없는 걸까. 적어도 이 지점에서는 시설 내 인권침해 예방조항을 담은 경남장애인권조례를 하루 빨리 제정해서 경남지역에서만은 이 같은 사건을 사전에 막겠다는 도의적인 입장이라도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장애인논단]대통령 각하, 시설조사 하면 뭐합니까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42006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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