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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 씨, 징역 10개월이래요…."
긴 세월 미인가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방치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지병과 싸우다가 건강악화로 세상을 등져야 했던 그녀의 유골 앞에 '징역 10개월'이라는 재판결과를 전해야 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이 살았던 장애인거주시설 원장을 고소했었다. 그 재판의 결과가 이제야 나온 것이다. 검사는 죄질이 악질적이라며 징역 2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설장이 지은 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녀는 뇌병변 1급 장애로, 전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경직이 심해 팔다리가 뻗치는데다 언어장애까지 있어서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최중증 장애인이었다. 거주시설 조사에 참여하게 되어 그녀를 만났을 당시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당시 그녀는 무척이나 마른 상태였는데, 언뜻 보면 뼈에 살가죽만 붙어있는 것 같았다. 형제들은 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시설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해서 보호시설로 들어온 그녀를 이토록 방치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녀는 국가유공자 자녀여서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고 있었는데, 그녀의 통장을 관리했던 목사인 시설장은 그녀도 모르게 매월 모두 인출해 썼다. 확인해 보니, 그동안 시설장이 가로챈 돈만 약 7000만 원에 달했고, 그녀의 명의로 차량을 구입해 세금면제 혜택까지 받아 챙겼다. 거의 10여 년간 그녀에게 인권침해를 가하고,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고, 문서위조까지 한 시설장에게 내려진 벌은 고작 징역 10개월이다.
살아생전 정금 씨는 종종 글을 써서 보여 주곤 했는데, 그 글을 볼 때마다 나는 말문이 막히곤 했다. 손으로 글을 쓰지 못해 발가락으로 글자블록을 하나하나 조합해서 쓴 글의 내용은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 벌 받게 해요'였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 하나 잘못 달아도 징역 10개월이 선고되는 시대에,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사람에게 내려진 벌이 고작 10개월이라는 걸 어찌 이해해야 할까.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 4월에는 또 한 장애인의 억울한 죽음이 있
었다. 장애인활동가 고 송국현 씨의 죽음이었다. 그는 시설에서 이십 년 넘게 살다가 '꼭 한번은 주민과 어울려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며 지난해 10월에 탈시설했지만, 장애 3급 판정으로 인해 활동보조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뜻밖에 발생한 화재로 그 자리에서 불타 죽고 말았다.
누구로부터도 보상받지 못할 장애인들의 억울한 사망 소식은 매년 끊이지 않지만, 장애인정책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경상남도는 도의원들과 도지사의 무관심 속에 장애인권조례도 없는 도시이지 않은가.
이제 며칠 후면 도지사와 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일이다. 적어도 억울해서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경남도민일보 독자 여러분, 장애인계에서 4년이 넘도록 장애인권조례 제정을 요청했지만, 시설장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정책 공약으로 담지도 못하는 정의롭지 못한 후보가 누구인지 챙겨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각종 인권침해 예방조치뿐 아니라, '인권전문가와 변호사가 상주하는 인권지원센터 운영' 조항을 담고 있는 장애인권조례만 있었다면 이 억울한 죽음도, 억울한 재판결과도 없었을지 모르기에.
[장애인 논단]빼앗긴 인생, 그러나 징역 10개월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48195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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