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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로봇랜드. 기대든 우려든 지역에서 말이 많이 나오는 곳 중 하나다. 마산로봇랜드하면 가장 먼저 연결되는 곳이 경남로봇랜드재단이다. 1월 1일 명칭(이전 경남로봇산업진흥재단)이 바뀌고 3월 새 수장이 오면서 마산로봇랜드 공사 중단을 둘러싸고 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2등은 없다"는 백상원(51·사진)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은 이번에도 마산로봇랜드 성공의 일등공신이 되고자 하는 포부가 대단하다. 지난 3월 12일 취임 후 두 달간 대내외적으로 실제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울트라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공사가 중단된 로봇랜드 사업이 '안되는 사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였다. 거기에 울트라건설 자리를 대신할 현대산업개발㈜이 사업성을 재는 동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투트랙(Two-track)'으로 묘수를 두고 있다.
5월 말까지는 마산로봇랜드 시공자를 선정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백상원 원장을 만났다.
◇"내 관심은 첫째도, 둘째도 로봇랜드 정상화" = 지난 2009년 시작한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2011년 착공식 이후 2년 남짓 공백이 있었고 12.6% 공정률에서 또 반년이 넘도록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에 대한 불신이 짙은 상황에서 백 원장은 바통을 이어받았다.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울트라건설이 로봇랜드에서 완전히 발을 뺀 상태고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공사만 잘 진행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업무 보고를 받아보니 이런 내용은 구두전달 상태였습니다. 3월 울트라건설의 주주 배제, 공사도급계약 탈퇴 조치를 진행해 법원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백 원장이 취임 후 서두른 부분 중 하나도 현대산업개발 서울 본사 방문이다.
"사업의향서를 제출하는 것과 사업은 별개입니다. 대기업 의사결정 시스템은 예전과 달리 상당히 복잡다단해서 최종 결정까지 5개월의 기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수요, 수익성, 접근성 등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있었고 시간을 끌수록 도민들 우려가 커지는 것을 알기에 실무진이 아니라 임원을 만나러 직접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 백상원 로봇랜드 원장./박일호 기자 |
백 원장은 로봇랜드는 '잘 될 수밖에 없는 사업'이란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하지만 두 번의 공백기를 가지며 구설에 오른 로봇랜드사업 참여에 현대산업개발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백 원장은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5개월을 검토했는데 최종적으로 'NO!'라고 하면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또 5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예산 불용 처리 우려가 있다.
"투트랙으로 5월 시공사 선정에 문제가 없게끔 다른 건설업체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과 최대한 협조하면서 여러모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남도, 창원시 출자출연기관과 손잡고 하는 사업으로 그 업체 역시 굳건한 신뢰를 보이는 상태입니다. 어떻게든 6월 공사가 재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국내 건설기업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힌트만 줬다.
◇"난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될 것" = 백 원장은 직원들과 점심을 자주 먹는 편이다. 결재도 윗선에 위임하지 말고 막내 직원이 직접 받도록 했다. 주차·청소 직원과도 점심을 같이하며 한 가지를 주문하고 한 가지를 약속했다.
"주차, 청소 직원에게 우리는 한가족이고 관리소장보다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이 잘한 만큼 내 임기 동안에는 고용승계, 재계약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단 한 가지 아침 출근·저녁 퇴근 시각 30분만 오가는 직원에게 인사를 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받자는 의미입니다. 덕분에 분위기가 활기차고 많이 밝아졌습니다. 직원들도 시키지 않아도 야근하며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보스가 리더라고 착각하곤 한다. 보스는 책상에 앉아 명령하고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직접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리더는 자신이 앞장서서 이끌어 나간다. 일이 잘 안 되었을 때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백 원장은 직원들에게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겠노라고 공언한 상태다.
"취임 후 두 달간 그랬듯 저는 원장실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이든 불구덩이든 내가 앞장서면 믿고 따라오길 원합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어려운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죠. 견책도 없다고 했습니다. 옛말에 긍정은 천하를 얻고 부정은 깡통을 찬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자리를 부정하고 사람을 불신하면 결과는 뻔합니다. 저는 아직 16척(16명)의 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바닥을 쳤고 올라갈 일밖에 없습니다. 직원 한명 한명이 곧 재단이라고 생각하게끔 주문을 걸었습니다.(웃음)"
백 원장이 취임한 이후 재단에서 몇 해 동안 키우던 행운목에 꽃이 폈다. 직원들은 행운목 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며 사진을 찍고 신기해했다. 이 역시 백 원장 취임 후 달라진 것 중 하나다.
◇"정치? 후회도 없고 나설 생각도 없어…운명에 맡기고 싶다" = 백 원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김영길 후보(마산을)로 무소속 단일화 합의하며 출마를 포기했다. 그리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창원 마산회원구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내년 20대 총선에 자연스럽게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내 의지보다 운명적인 순간이 많았습니다.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단 도의원을 시작으로 열정과 부지런함이 바탕이 되기도 했겠지만 당선직 경우 추대가 많았습니다. 저는 성격이 여성스러워 정치하고 거리가 있습니다. 남을 밟고 헐뜯고 치열하게 맞서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19대 총선 때는 여야가 워낙 팽팽해 무소속은 불리한 상황이었죠.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부족하지만 온 힘을 들이고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절대 그 선택과 과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천여불취 반수기구(天與弗取反受其咎·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그 허물을 받게 된다)'를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정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취임 이후 로봇랜드 정상화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99.9% 확실시된 사업도 하루아침에 0.1% 때문에 틀어지기도 하기에 늘 신중해야 하고 돌다리를 두드려봐야 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덤벙댈 때가 아닙니다. 나중에 운명적으로 부족하지만 나같이 못난이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주위의 생각을 들어 그때 또 그 상황에 전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억지로 나설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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