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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보다 중요한 건 작품대하는 작가 태도"
_산청 경남예술창작센터서 정연두 미술 작가 초청 특강 "시작과 끝 작가 스스로 결정" 예술가로서 삶·철학 조언
2016년 03월 21일 월요일
"그만두는 작가는 없습니다. 그냥 사라질 뿐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7시 산청 경남예술창작센터 다목적실에서 정연두(48) 작가 초청 특강이 열렸다. 경남예술창작센터 제8기 입주작가 전문가 초청 워크숍 자리에서 입주 작가, 전문 비평가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진주 출신인 정 작가는 지난 2007년 최연소, 최초 사진·영상 부문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미국 잡지 <아트 앤드 옥션> 2012년 6월호 특집호에서 '가장 소장 가치 있는 50인의 작가' 중 아시아계 작가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200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그의 첫 비디오 작품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구입하면서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기도 했다. 작가는 사진, 영상, 퍼포먼스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이제 막 작가로 자리 잡고자 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유학 갔던 그가 졸업 후 대학 동기들과 함께 첫 전시를 기획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우연히 런던 남동부 지역 중국집 아저씨가 굉장히 웃긴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다. 너무 붐벼서 두 달 전 예약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던 집 이름을 딴 식당이었다. 주인아저씨가 엘비스 '광팬'이었다. 식당을 치우고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사람들이 완전히 열광했다. 중국식 악센트로 노래 부르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5명의 작가가 너무 재밌다고 전시를 기획했다. 독일에서 첫 전시를 했는데, 전시 공간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퍼포먼스를 했다. 저는 잡채밥 300인분을 만들었다. 프랑크푸르트 신문사에서 기사를 싣기도 했다."
지난 18일 산청 경남예술창작센터 다목적실에서 정연두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다. /우귀화 기자 |
이후 이스라엘에서 이 전시를 연 후 서울에서도 전시를 하고 싶어, 1998년 서울에 있는 전시장 스무 곳에 연락해서 전시를 마침내 열게 됐다고. 무명인 그에게 큐레이터 20명은 무시하거나 피드백을 주거나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좋은 기획자를 만나는 계기가 됐다. 이때의 전시가 '엘비스 궁중반점' 전시다. 전시는 지상파 9시 뉴스에 '미술관에서 자장면을 먹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첫 개인전 '영웅'전 이야기도 했다. 그는 "유학 후 분당에 살면서 어느 날 장을 보고 돌아오다 자장면 배달하는 학생이 사고 나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고등학생이었다. 그때 슬리퍼를 끌고 중국집 배달하는 학생의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의 꿈을 상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01년 첫 개인전 '보라매 댄스홀' 일화도 흥미롭다. 아저씨, 아주머니가 댄스홀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고, 그들의 낭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짙은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하고서 진지한 표정으로 탱고, 왈츠를 추는 모습을 사진으로 더 잘 표현하고자 아예 춤을 배웠다고 했다. 그 속에 빠져들어야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춤추는 커플의 모습을 벽지 문양처럼 만들어서 전시장 벽면을 도배했다.
정 작가는 예술가로서 지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언급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었을 때, 초창기에 자신이 아무리 예술가라고 우겨도 그만두면, 그걸 뜯어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만두는 작가는 없고, 대부분 잊힌다. 시작과 끝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는 "지하 주차장 키보다 작은 작업실에서 일하기도 하고, 민병철 어학원 새벽반 영어 강사로 일한 적도 있다.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생활에서 계속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게 좋다. 돈을 많이 버는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게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업의 주제보다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작가는 "태도가 먼저 결정이 되고, 주제는 그다음에 잡힌다. 작가의 태도는 오래도록 바뀌어서는 안 되지만, 주제는 바뀔 수 있다. 누구는 무엇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젊은 작가들에게 조언했다.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 정 작가는 지난해 탈북자를 만나서 인터뷰해서 '여기와 저기 사이'라는 전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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