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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의 산실 통영!- 김종부(전 창원부시장)
기사입력 : 2017-07-31 07:00:00
아는 바와 같이 ‘통영’이라는 지명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1년 후 한산도에 전쟁작전지휘 본부인 삼도수군통제영이 최초로 설치됐고 뒤에 두룡포(지금의 통영시)에 통제영이 옮겨지면서 유래된 이름으로 지금도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시민들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성품이 호탕하고 풍류를 즐기며, ‘바다’를 접한 아름다운 섬들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아 문학, 음악, 미술, 나전칠기 등 문화예술계에 동시대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탄생된 지역이다.
풍수지리학자들에 의하면 높은 산맥 중심의 산간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은 정치나 후진을 양성하는 데 일생을 바쳤고, 바다가 보이는 해안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고 문화예술 분야에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통영에서 태어난 유명 예술인들은 연대별로 나전칠기 김봉룡(1902), 극작가 유치진(1905), 시인 유치환(1908), 화가 전혁림(1916), 작곡가 윤이상(1917), 작곡가 정윤주(1918), 시조시인 김상옥(1920), 소설가 김용익(1920), 시인 김춘수(1922), 소설가 박경리(1926), 화가 이한우(1927), 아동문학가 주평(1929), 화가 김형근(1930), 옻칠미술가 김성수(1935), 조각가 심문섭(1942)들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40년 기간에 열다섯 분이 태어났다.
왜 바다와 연관성을 가졌는가? 이분들의 대표작들이 대부분 바다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청마 유치환 시인은 ‘그리움’에서 “파도야 어쩌란 말아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로 아름다운 사랑을 시(詩)로 표현했고, 작곡가 윤이상 선생은 1995년 운명하기 1년 전 마지막 남긴 육성 메시지에서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가끔 파도가 칠 때도, 파도 소리는 나에겐 음악으로 들렸고, 그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습니다”하고 고향 땅 바다를 그리워했다.
소설가 박경리는 대표작 ‘김약국의 딸들’에서 ‘바다의 어장 사업, 통영 항구’ 등 바다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고, 화가 이한우 선생은 소재로 ‘통영항’을 화폭에 담았고, 김형근 화백은 ‘한려수도’를 대표작으로 남겼다. 심문섭 조각가는 “내 삶의 바닥에는 바다가 있어요. 거기 돛단배 한 척을 띄워 꿈의 항해 일지를 써내려가는 일, 그게 바로 내 작품”이라고 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선대 통영 출신 문화·예술인들은 독일이나 서울, 대구, 원주에서 활동을 하면서 거주 지역은 달랐지만 작품 속에는 통영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담겼다. 이제 대부분 작고하시고 화가 이한우, 김형근, 김성수, 심문섭 선생이 살아 계시는데 이들 1세대에 이어 문학, 미술, 나전칠기 등에서 2세대 그룹이 열심히 승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다행스럽고 전망이 밝다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산실인 통영땅에 제2의 전성기가 도래될 수 있도록 13만6000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김종부 (전 창원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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