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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대척지로 가는 길
대척지로 가는 길
진주 출신 이성자(1918~2009)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대지 위에 빛나는 별’이 지난 6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 화백의 작품을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대척지로 가는 길, 일무 등 시기별로 4단계로 구분해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난 3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한 100주년 기념전이 화업 초창기인 1950년대 초부터 시작한다면 이번 전시는 그녀가 본격적으로 작품 세계를 확립한 1950년대 후반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미술관 소장품 376점 중 회화, 판화, 도자 작품 70여점을 선별했다.
‘여성과 대지’는 이성자 작품 세계의 출발점이다. 무수한 빗살 모양의 직선들을 칠하고 긁어내고 또 덧칠하는 집중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으로 질감을 극대화시킨 기하학적인 작품들이다. 대지를 여성에 비유해 여성적인 감각과 섬세함을 드러냈고 뛰어난 조형적 완성도가 돋보인다.
2월의 도시
목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론느계곡
‘음과 양’은 도시와 중복(重複)으로 요약된다. 중복 시리즈는 겹쳐지고 교차하는 선과 면으로, 도시 시리즈는 반으로 나눠진 원형 형태의 단순함에 빨강, 파랑 등 강렬하고 선명한 색을 더한 작품이다. 작품 속 도시는 일반적인 장소나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생성과 소멸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음과 양의 개념으로 이어진다.
‘대척지로 가는 길’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서 백미로 꼽힌다. 이성자는 1965년 프랑스로 간 지 14년 만에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비행기에서 본 알래스카 만년설의 빙하와 오로라는 그녀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겼다. 강렬한 붉은색과 깊고 푸른색의 바탕에 하얀 설산, 도시 시리즈의 음양도형과 반원곡선의 색동무늬가 등장하는 ‘대척지로 가는 길’ 시리즈에는 그녀가 느낀 벅찬 환희와 감격이 담겨 있다.
젊음으로 가는 관문
애니프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마지막 ‘일무(一無)’는 땅에서 하늘을 거쳐 우주로 확장된 세계관을 드러낸다. 설산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수한 별과 은하수가 등장한다. 경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 속에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유영(遊泳)했던 이성자 본인의 삶과 예술이 그대로 응축돼 있다. 회화뿐만 아니라 목판화와 도자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속과 달리 나무의 따뜻한 질감과 생명력에 매료된 이 화백은 유화와 목판화를 병행해 제작하며 유화 못지않게 많은 목판화 작품을 남겼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도자 작업에는 회화, 판화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섬세함이 재현돼 있다. 다방면에 걸친 그녀의 예술가적 열정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낯선 타국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 이성자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전시작들을 찬찬히 음미하다 보면 어머니로서 남겨둔 자식들에 대한 애틋함을 가슴에 품은 채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며 수십 년간 화업에 매진하다 마침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우주로 떠난 그녀의 여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10월 31일까지. 문의 ☏ 749-3663.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서른셋이던 한 여인은 이혼 후 세 아이를 뒤로한 채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었다. 종착지는 프랑스 파리. 혈혈단신으로 파리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1953년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회화와 조각을 배우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확립해갔고, 프랑스 평단에서 찬사를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한국 최초의 도불(渡佛) 여성화가 이성자의 삶이다.
대척지로 가는 길
대척지로 가는 길
진주 출신 이성자(1918~2009)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대지 위에 빛나는 별’이 지난 6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 화백의 작품을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대척지로 가는 길, 일무 등 시기별로 4단계로 구분해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지난 3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한 100주년 기념전이 화업 초창기인 1950년대 초부터 시작한다면 이번 전시는 그녀가 본격적으로 작품 세계를 확립한 1950년대 후반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미술관 소장품 376점 중 회화, 판화, 도자 작품 70여점을 선별했다.
‘여성과 대지’는 이성자 작품 세계의 출발점이다. 무수한 빗살 모양의 직선들을 칠하고 긁어내고 또 덧칠하는 집중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으로 질감을 극대화시킨 기하학적인 작품들이다. 대지를 여성에 비유해 여성적인 감각과 섬세함을 드러냈고 뛰어난 조형적 완성도가 돋보인다.
2월의 도시
목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론느계곡
‘음과 양’은 도시와 중복(重複)으로 요약된다. 중복 시리즈는 겹쳐지고 교차하는 선과 면으로, 도시 시리즈는 반으로 나눠진 원형 형태의 단순함에 빨강, 파랑 등 강렬하고 선명한 색을 더한 작품이다. 작품 속 도시는 일반적인 장소나 풍경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생성과 소멸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음과 양의 개념으로 이어진다.
‘대척지로 가는 길’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서 백미로 꼽힌다. 이성자는 1965년 프랑스로 간 지 14년 만에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비행기에서 본 알래스카 만년설의 빙하와 오로라는 그녀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겼다. 강렬한 붉은색과 깊고 푸른색의 바탕에 하얀 설산, 도시 시리즈의 음양도형과 반원곡선의 색동무늬가 등장하는 ‘대척지로 가는 길’ 시리즈에는 그녀가 느낀 벅찬 환희와 감격이 담겨 있다.
젊음으로 가는 관문
애니프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마지막 ‘일무(一無)’는 땅에서 하늘을 거쳐 우주로 확장된 세계관을 드러낸다. 설산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수한 별과 은하수가 등장한다. 경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 속에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유영(遊泳)했던 이성자 본인의 삶과 예술이 그대로 응축돼 있다. 회화뿐만 아니라 목판화와 도자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속과 달리 나무의 따뜻한 질감과 생명력에 매료된 이 화백은 유화와 목판화를 병행해 제작하며 유화 못지않게 많은 목판화 작품을 남겼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도자 작업에는 회화, 판화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섬세함이 재현돼 있다. 다방면에 걸친 그녀의 예술가적 열정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낯선 타국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 이성자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전시작들을 찬찬히 음미하다 보면 어머니로서 남겨둔 자식들에 대한 애틋함을 가슴에 품은 채 주변의 편견을 이겨내며 수십 년간 화업에 매진하다 마침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우주로 떠난 그녀의 여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10월 31일까지. 문의 ☏ 749-3663.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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