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권영호 경남대 명예교수가 초대회장을 맡았던 경남불교미술인협회는 경남기독교인·천주교인 미술단체와 더불어 3대 종파 미술인협회다.

첫 번째 협회전은 성산아트홀에서 '불교미술협회 예주동인회 창립전'이란 이름으로 열렸고 올해는 30일부터 대산미술관에서 여섯 번째 협회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권영호·김대환 등 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7월 31일까지이다.

전시가 열리기 나흘 전인 26일, 2009년부터 경남불교미술인협회를 이끌어온 윤판기(사진) 씨를 경남도청 공보관실에서 만났다.

   
 

-서예가이면서 공직자다. 어떻게 서예를 시작하게 됐는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서도부에 들었는데, 곧잘 글씨를 썼다. 그때부터 서예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고등학교도 서예특기장학생으로 들어가 전액장학금을 받았고 1985년 경남도청 문화공보담당관실에 특채돼 공직에 발을 담그게 됐다."

-누구한테 따로 서예를 배운 적이 있나.

"집안이 가난해 중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갔다. 그 기간 본가(의령)를 떠나 외가에 있었는데 창녕변씨 가문의 한문서당에서 천자문과 동몽선습 등 기초 한학을 배웠다. 그 이후에는 책과 논문들을 독파하면서 혼자 공부했다."

-서예가 중 몇몇은 명필의 글씨를 그대로 모사해 자기만의 독창적 세계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윤 회장은 한자 '광개토호태왕비체'와 한글 '물결체', '동심체', '한웅체', '낙동강체' 등의 폰트를 개발하는 등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칸딘스키는 '예술가가 맹목적으로 과거를 답습하는 것은 사산된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서예가도 눈에 비치는 것을 단순히 모사하기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개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틀에 박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폰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광개토호태왕비체는 1993년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특선을 하기도 했다. 서체들의 특징을 말한다면.

"광개토호태왕비체를 보면 착한 시골아이들처럼 뽐내지 않고 우직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어 폰트를 개발하게 됐다. 개발한 한자·한글 폰트는 서울의 '폰트뱅크'와 협의해 행정기관과 교육기관, 일선 학교 등 1만여 대의 컴퓨터에 무료로 보급했다."

-경남불교미술인협회는 어떤 지향을 가진 단체인가.

"'莫問收穫 但問耕耘(막문수확 단문경운 : 수확은 묻지 말고 다만, 심는 데에 뜻을 두다)'의 정신으로 지역사회를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 데 노력하고 싶다. 회장을 맡게 되면서 '희망나눔전'을 꾸준히 열었는데 작품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공동생활가정 다솜, 창원성심원, 의령사랑의집 등에 기부했다. 앞으로도 전통사찰의 현장을 찾아가 불교역사·미술의 아름다움을 창작활동으로 연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