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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굴러온 박물관 '호박'일까 '돌'일까

작성자
박주백
작성일
2010.07.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567
내용
굴러온 박물관 '호박'일까 '돌'일까

-경남도민일보-

올해 한국 미술계의 단연 첫 화두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군국기무사령부 터에 건립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입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순조롭지 않습니다. 지표조사 도중 조선시대 왕실 종친의 사무를 관장하던 관청인 종친부(宗親府) 건물의 기단이 확인되어 복원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문화재계와 미술계의 알력다툼 양상으로 번진 사건입니다.

15년간 장소에 공을 들인 미술인들은 '재주는 우리가 부렸는데…'라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 것'이라고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굴러온 돌이란 말도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삼으면 전세가 역전되기도 합니다.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은 두 기관의 공존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도내서도 벌어졌습니다. 통영시가 리모델링을 앞둔 시립미술관을 두고 박물관으로 변경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통영 출신으로 충북 청원에서 '예뿌리 민속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준(79) 관장이 7월 초 2600여 점의 유물 기증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통영시, 미술관 예정 건물 박물관 변경…별관 지어 '박물관 속 미술관' 절충 중

박물관이 들어서는 건물은 옛 통영군청으로 1943년 지어져 통영시청 별관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부터 윤이상 페스티벌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입니다. 강점기 말년 국제주의 건축물이 성행했던 시기의 건축물로 외관은 건립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2005년 등록문화재 제149호로 지정된 문화재죠.

이런 고풍스런 건물에 미술관 건립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던 미술인들 귀에 시장 선거가 끝나고 박물관이란 낱말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미술관 대신 박물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말을 들은 통영미협의 반응도 예외였습니다. 삭발에 단식농성이라도 할 법한데 모두 쉬쉬합니다. 오히려 말을 조심스러워합니다. '절충', '대안'이란 낱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통영시의회가 "논의 과정이 없었다"며 반발했습니다.

왜 이해당사자인 미협에서 강력한 반발을 하지 않았을까요. 추측하건대 '확보된 예산으로 미술관 리모델링은 가능할지 몰라도 작품구입과 제대로 된 미술관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미술관 기획전시를 벌일 전문 학예인력이 통영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입니다. 순환보직 공무원 관장에 계약직 관리 직원으로 미술관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증 유물 중에는 보물급 문화재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김 시장으로서는 덩굴째 들어온 호박을 쉽사리 포기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남해선 역사관 유물, 문학관으로 '유배' 역사관 자리엔 축구 박물관 계획 중

결국, 20일 예술인과 통영시장이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어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김동진 시장의 구상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절충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결책을 찾은 것 같습니다. 별관을 지어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미술관 속 공존하는 문화재로 가닥 잡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처럼 시립박물관 품 안에 미술관을 두는 방식입니다. 굴러온 통영시립 박물관이 기존의 통영향토역사관과 어떤 관계 설정을 할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정작 불행한 일을 당한 곳은 다름 아닌 남해입니다. 박물관도 아니고 역사관으로 조촐하게 운영했던 남해향토역사관이 폐관을 하게 됐습니다. 역사문화콘텐츠에 목마른 지자체에서 돌연 박물관 일부 기능을 담당했던 역사관을 폐관한 일은 보기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소장 유물은 역사로부터 배신당한 역사관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9월 문을 여는 유배문학관에 향토역사 코너로 '유배'를 당한다고 합니다. 현재 남해군은 역사관 건물을 축구 박물관으로 바꿀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굴러온 축구공이 박힌 보물을 걷어낼 모양입니다.

여경모 기자 bab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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