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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도내 미술품 경매시장
지난 15일, 창원의 한 웨딩홀에서 미술품 자선경매가 열렸습니다.
경매는 도내 한 병원이 네팔의 산악지대에 기술고등학교를 지어주고자 마련한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자선'이라는 뜻에 공감한 대안공간 마루 운영위원을 비롯한 여러 작가의 기증 작품이 단상에 차례로 세워졌습니다. 아직도 자선이라는 말은 미국이나 프랑스 해외뉴스에서나 들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인데도 도내 작가들이 자선행사에 피 같은 작품을 내어놓았다는 것은 박수받을 일입니다.
[예산 지원 경남미협·전업미술가협]
다행스럽게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준비된 40여 점의 작품이 모조리 팔려나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는 박수로 끝냈지만 행사에 참석한 몇몇 작가들은 가슴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정기적인 미술품 경매'에 대한 가능성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경매는 자선이라는 목적으로 이뤄졌던 만큼, 기성작가들의 '꺾기'에 가까울 정도의 작품가격과 행사를 주최한 병원 측의 인원동원이 한몫한 결과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일반인의 참여도'를 분석하면서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품 다수는 동원된 여러 인사가 할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매 중간마다 일반인의 참여의지도 돋보였습니다.
[5일장처럼 '정기 판매시장' 필요…되팔기→재구매 가능성도 주목을]
우연히 참여한 30대 친구 4명이 돈을 갹출해 작품을 구매하겠다며 경매번호판을 높이 번쩍 들었던 장면도 있었고 아이를 업고 남편과 함께 그림을 골라 기어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 간 아주머니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선 '사'자 돌림 직업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품에 대한 허영심과 거만함은 볼 수 없었습니다.
미술품 경매. 낯선 단어는 아닙니다. 이미 경남도에서 2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매년 1억이란 예산을 들여 미술가들의 작품이 팔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경남미술협회와 전업미술가협회를 통해 각각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매를 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경매시장을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비판이 주위에서 지켜보는 견해라며 조급증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이들 단체가 벌이는 경매가 정상적인 괘도에 오르려면 매우 곤란한 세월이 필요할 듯합니다.
문제는 경매를 주관하는 단체에서 여전히 팔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버둥만 치지 발로 뛰지 않는 한 여전히 요원한 일입니다.
전통시장을 통해 경매시장의 나아갈 길을 살펴봅니다.
일단 정기적인 경매시장이 열려야겠습니다. 전통시장 5일장이 5일에 한번씩 열린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듯 미술품 경매시장이 일주일이 되었건 한 달이 되었건 주기적으로 열려야겠습니다.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상경비의 절반 이상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되어야겠습니다. 일의 성패는 여기서 결정됩니다.
다양한 작품이 필요한 것은 기본이겠지요. 시장에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은 꼭 사겠다는 손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경 온 이들이 예비구매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 가격입니다. 시장에 나온 모든 재화는 오로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시장가로 결정됩니다.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품은 예외라는 생각은 예술가의 거만한 기호일 뿐입니다.
또한, 작품을 구매한 손님이 다시 되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어야 합니다. A/S가 되지 않은 제품은 누구도 사지 않습니다.
하찮은 물건도 중고가게를 통해 다시 팔리는 세상에 미술작품만 다시 팔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술시장에 발을 내딛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작품거래의 상도에도 맞지 않는 일입니다.
작품을 파는 일보다 작품을 어떻게 거둘 것인지가 먼저 연구되어야겠습니다.
미술품 경매를 하겠다고 도민의 예산을 받은 단체는 우선 재래시장부터 벤치마킹해야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_박종순 기자 yard@idomin.com
지난 15일, 창원의 한 웨딩홀에서 미술품 자선경매가 열렸습니다.
경매는 도내 한 병원이 네팔의 산악지대에 기술고등학교를 지어주고자 마련한 행사 중 하나였습니다. '자선'이라는 뜻에 공감한 대안공간 마루 운영위원을 비롯한 여러 작가의 기증 작품이 단상에 차례로 세워졌습니다. 아직도 자선이라는 말은 미국이나 프랑스 해외뉴스에서나 들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인데도 도내 작가들이 자선행사에 피 같은 작품을 내어놓았다는 것은 박수받을 일입니다.
[예산 지원 경남미협·전업미술가협]
다행스럽게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준비된 40여 점의 작품이 모조리 팔려나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는 박수로 끝냈지만 행사에 참석한 몇몇 작가들은 가슴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정기적인 미술품 경매'에 대한 가능성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경매는 자선이라는 목적으로 이뤄졌던 만큼, 기성작가들의 '꺾기'에 가까울 정도의 작품가격과 행사를 주최한 병원 측의 인원동원이 한몫한 결과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일반인의 참여도'를 분석하면서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품 다수는 동원된 여러 인사가 할당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매 중간마다 일반인의 참여의지도 돋보였습니다.
[5일장처럼 '정기 판매시장' 필요…되팔기→재구매 가능성도 주목을]
우연히 참여한 30대 친구 4명이 돈을 갹출해 작품을 구매하겠다며 경매번호판을 높이 번쩍 들었던 장면도 있었고 아이를 업고 남편과 함께 그림을 골라 기어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 간 아주머니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선 '사'자 돌림 직업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품에 대한 허영심과 거만함은 볼 수 없었습니다.
미술품 경매. 낯선 단어는 아닙니다. 이미 경남도에서 2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매년 1억이란 예산을 들여 미술가들의 작품이 팔리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경남미술협회와 전업미술가협회를 통해 각각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매를 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경매시장을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비판이 주위에서 지켜보는 견해라며 조급증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이들 단체가 벌이는 경매가 정상적인 괘도에 오르려면 매우 곤란한 세월이 필요할 듯합니다.
문제는 경매를 주관하는 단체에서 여전히 팔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버둥만 치지 발로 뛰지 않는 한 여전히 요원한 일입니다.
전통시장을 통해 경매시장의 나아갈 길을 살펴봅니다.
일단 정기적인 경매시장이 열려야겠습니다. 전통시장 5일장이 5일에 한번씩 열린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듯 미술품 경매시장이 일주일이 되었건 한 달이 되었건 주기적으로 열려야겠습니다.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상경비의 절반 이상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되어야겠습니다. 일의 성패는 여기서 결정됩니다.
다양한 작품이 필요한 것은 기본이겠지요. 시장에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은 꼭 사겠다는 손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경 온 이들이 예비구매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 가격입니다. 시장에 나온 모든 재화는 오로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시장가로 결정됩니다.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품은 예외라는 생각은 예술가의 거만한 기호일 뿐입니다.
또한, 작품을 구매한 손님이 다시 되팔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어야 합니다. A/S가 되지 않은 제품은 누구도 사지 않습니다.
하찮은 물건도 중고가게를 통해 다시 팔리는 세상에 미술작품만 다시 팔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미술시장에 발을 내딛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작품거래의 상도에도 맞지 않는 일입니다.
작품을 파는 일보다 작품을 어떻게 거둘 것인지가 먼저 연구되어야겠습니다.
미술품 경매를 하겠다고 도민의 예산을 받은 단체는 우선 재래시장부터 벤치마킹해야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_박종순 기자 yard@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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