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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날아와 부딪칠 때까지 그려야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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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550
내용
"참새가 날아와 부딪칠 때까지 그려야죠"
[사람in]손희숙 2010년 경남미술대전 서양화 대상 수상자

<경남도민일보>


2010 경남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손희숙 씨를 만났다.

'이제 미술대전에서 손을 털 때가 되지 않았나요?'

59세의 늦은 나이에 미술 경연장에 나선다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약간은 도전적인 질문에도 '제가 좀 늦깎이죠'라며 싱글벙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에게는 이런 것도 하나의 도전이란다. 그의 도전 정신이 궁금해서 그의 화실을 급하게 방문했다.

놀이로 미술 시작, 2006년 전업작가 변신…그림 검증 받으려 매년 4점씩 대회 출품

그의 그림 이야기보다 화실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오래된 집. 90년 정도는 되었겠다. 일제 강점시절 지어진 적산가옥은 어느새 박물관으로 변했다. 손 씨와 남편이 평생 모은 골동품이 온 집을 가득 메웠다. 중국과 일본의 물건이 많았다. 인사동에서 사서 모은 도자기류도 한 방을 채웠다. 신마산에 많았던 적산가옥이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손 씨의 화실은 대체로 온전히 남아있었다. 대마도에서 가져온 나무로 만든 집은 몇 해 전에 나가사키에서 교육감을 하는 분이 찾아와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곳이라며 건물이 보전되어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고 갔을 정도다.

대학에서 경영학으로 전공했던 그가 미술을 직업이 아닌 놀이와 취미, 흥미를 넘어 삶의 모티프가 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미술을 놀이로 접했다. 초등학교 미술반이 시작이다. 이후 꾸준히 그림을 그렸지만 미술가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진 않았다. 대학 때도 그가 좋아했던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모작으로 그려 친구들에게 선물하던 그였다.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접고 마산행을 택한 이유는 중매를 통한 결혼 때문이다. 남편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손 씨가 보름 남짓 만에 결혼에 골인한 이유는 남편의 초롱초롱한 눈 때문이란다. 마산생활의 시작은 시집살이다. 이후 남편이 시의원 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까지 도맡아 했다. 인터뷰 내내 남편과 아내는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업작가로 뛰어든 것은 2006년부터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더욱 박차를 가한 덕분에 손 감각에 탄력이 붙었다. "우선 제 그림을 검증받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100호 작품을 연간 4점씩 만들어 여러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성과가 좋아 얼마 안 있어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는 국전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틈틈이 남편과 화랑 돌며 최신 경향 익혀…극사실주의 작품으로 지역 미술계 놀래줘

그의 그림 인생에서도 남편이 빠질 수 없다. 시간만 나면 손 씨는 남편과 손잡고 서울 인사동과 광화문으로 향한다. 미국, 중국에 가서도 뒷골목 화랑을 잘도 찾아다닌다. 여러 갤러리를 돌면서 최신의 경향을 섭렵하려고 애쓴다. 그가 극사실주의 작품을 하는 이유도 최신의 경향을 받아들인 결과란다.

극사실의 재미가 뭔가요. "인간이 그릴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참새가 달려와 부딪칠 때까지 그리겠단다. 솔거가 되고 싶은 손 씨다.

사실 지난해 한 4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지역에서 극사실 작가가 드문데 생소한 이름의 그가 다시 한 번 지역 미술인을 놀라게 한 것이 올해 경남도미술대전이다. 대상을 받은 작품도 오토바이를 그린 극사실 작품이다. 2년 전 의령 장터에서 본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단다. 그럴 수밖에. 오토바이계의 지존, 할리 데이비슨이었다.

"전 항상 평범한 것들을 싫어합니다. 뭔가 독특한 소재를 찾는 편이죠. 최근 경향이라고 한다면 유리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크리스털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선인장의 날카로움과 차갑게 깨진 유리 등 독특한 소재를 주로 그릴 예정이랍니다. 이럴 때 보면 저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의 모토는 '머리에는 지혜가, 가슴에는 사람이, 손에는 일이 있게 하소서'란다. 계속 붓을 잡고 싶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나에게 '그림'이란. "크리스털. 투명하지만 날카롭고 무서운 것. 오색영롱한 무지갯빛까지 닮았어요."

<여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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