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은 왜 하나- 서유석(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도시계획은 왜 하나- 서유석(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도시계획은 개발보다 관리·기존시설 효율성 높이기가 우선

<경남신문>

이런 말 했다가 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몇몇 시민단체나 명망가들처럼 대안없는 비판이나 돋보이기용 비판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분들이 오래 전부터 도시계획을 해왔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도시계획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도시계획적이다.

도시계획은 기본적으로 도시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도시 내에서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도시를 편안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은 도로나 교통, 상하수도처럼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측면 못지않게 거리의 예술이나 가로수길과 같은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도시는 도로나 주택 같은 물리적인 시설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낭만적인 가로경관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창원시의 도시계획은 편리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품위 있고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대표적인 예가 창원시의 교통시설이다. 창원시 고속버스터미널은 팔룡동 창원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곧 완공 예정으로 있는 경전선 신역사는 경남도청 뒤 용추저수지를 일부 메워 건립 중이다. 입안 중인 창원도시철도사업의 노선은 명곡로와 반송로를 통과하도록(따라서 건설 중인 경전선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 계획되어 있다.

외국도시들은 대부분 여러 교통수단들이 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곳에서 환승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던 시설도 아니고 새로 건축된 도시계획시설임에도 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고속철도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도시철도역이 모두 한 곳에서 연결되어 있어야 편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도시계획이 창원시를 품위 있고 격조 높은 도시로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건설 중에 있는 창원내부 순환도로이다. 아무리 교통문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산허리를 잘라 순환도로를 만드는 것은 도시를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반문화적인 발상이다. 어느 나라가 산허리를 가로 방향으로 잘라 나무를 베어내고 커다란 도로를 낸단 말인가. 오히려 그보다는 제주의 올레길처럼, 교토의 기요미즈(淸水寺) 주변처럼 산능선을 따라 숲 사이로 창원시를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을 조성하고 주변에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을 배치하였더라면 훨씬 더 나은 도시계획이 되지 않았을까.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반문화적인 도시계획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도시계획의 입안 자체가 서울에 있는 몇몇 도시계획업체들에 의해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생산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계획 자체를 사전계획의 성격보다는 사후관리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즉 도시계획에 의거하여 도시개발이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와는 무관하게 이미 행해진 도시개발의 반영 정도로 생각한 결과라는 것이다. 전문가라면서도 도시계획을 잘 모르거나 도시계획을 잘 안다고 하더라고 잘못된 도시계획을 바로잡기보다는 현실에 순응한 결과라는 점에서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창원은 아름다운 산과 해안이 있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진정 창원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도시계획의 기본 마인드부터 바꾸어야 한다. 개발보다는 관리 위주로, 새로운 시설을 건립하기보다는 기존 시설들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존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산을 깎아 도로를 건설하거나 바다를 메워 아파트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품위 있고 격조 높은 도시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유석(창원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