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시민이 즐거워하는 도시로 디자인 해야죠"
이상헌 도시공공디자인 연구소장, 주변과 어울리는 조형물 만들기 고민
얼마 전 공중전화 설치·관리 업체인 KT 링커스(link us) 창원지사는 공중전화 부스를 빨갛게 만들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모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주위 경관 개선에 한몫하고 있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최근 도심 환경과 어울리는 공중전화 부스, 가로등, 쓰레기통과 같은 조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고민을 연구하고, 직접 지역에서 실천하려는 '도시공공디자인연구소'가 도내 처음으로 설립됐다. (주)그린페이스 부설연구소 도시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을 맡은 이상헌(43) 씨는 "시민이 즐거워하고 만족해하는 도시로 디자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10여 년 전 조각을 전공하면서 주위환경과 어울리는 조형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지내왔다. 그저 젊은 시절 고민으로만 지녀오다 몇 년 전 지인과 본격적인 연구소 설립 준비에 들어갔고, 지난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서를 취득했다. 현재 연구소 직원은 4명이다. 모두 디자인 쪽 전문가다.
"지난 2006년 서울에서 시작한 도시디자인은 경기도를 넘어 김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런 유행을 타고 창원시에도 도시디자인과가 생겼다."
그렇다면, 도시디자인이란 무엇을 말할까. 이 소장은 우리가 사는 도시공간과 특정지역에서 아름다운 외·내형 공간을 연출해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 게 도시디자인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도시와 공유해 독창적인 문화와 감성으로 거듭나 그 가치를 재창조하고, 도시민에게 활기찬 삶과 행복의 지속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약했다.
그 예는 거창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트리트 퍼니처'라며 건널목, 가로등, 정류장, 간판, 도로변 벽화, 공중화장실, 신문가판대 등 도시 미관과 조화를 이루는 조형물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이 소장은 "그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이라도 지역민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만져보며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훌륭한 도시디자인의 심판은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역 특성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올해 사업 중 하나로 진해 경화시장·중앙시장에 벽화를 그렸다. 두 시장의 콘셉트는 달랐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있는 경화시장은 현대적으로 해석했고, 중앙시장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살려 벽화를 완성했다.
도시공공디자인연구소의 본격적인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에 시작한다. 이 소장은 '만지지 마시오'라는 개념을 깨뜨리고 싶다고 했다. "창원에 조각공원이 세 개쯤 된다. 그중에서 진해구청에 있는 조각공원은 성공적이다. 구청을 찾아오는 지역민이 만지고 체험할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대구 속 100년 건축물을 찾아가더라. 3·1운동길,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던데 보존이 중요하다. 진해도 일본식 건물과 진해우체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정말 좋다. 행여 그 건축물이 흉하게 변해가고 있다면 그를 없애기보다는 시대적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인근 환경을 그에 맞도록 디자인하는 게 필요하다."
그는 지역별 차별화되는 색채계획·전통과 현대가 조화되는 공간계획을 세우고, 타 도시와 구별되는 지역색을 적절히 사용해 고유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점점 더 미래의 성장 동력인 디자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는 디자인이 단지 도시 미관이나 관광 산업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 강화와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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