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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
두석장 박문열
단아하면서도 화려하고, 은은하면서도 섬세한 우리의 전통가구. 우리는 아름다운 전통가구를 보며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였을 장인의 솜씨와 노력에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장인 한 명의 솜씨만으로 아름다운 우리 전통가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구를 제작하고 완성하는 것은 소목장의 일이지만, 잘 짜진 가구를 화려하게 마감하는 것은 두석장의 몫이다. 가구가 두석장의 섬세한 손길로 만든 자물쇠나 금속 장식품 등으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나면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12월 말,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두석장 박문열 선생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선생의 작업장은 컨테이너 한 동과 비닐하우스, 텃밭이 전부일 정도로 소박했다. 작은 키에 단단해 보이는 체구, 강단 있어 보이는 선생은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몸소 반갑게 맞아주시며 두어 평의 작은 실내 작업실로 안내하신다. 선생의 작업실 벽면과 바닥에는 온갖 공구들이 가득하고, 작업 도면과 작업 재료들이 그 옆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인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다 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한평생 몸 바쳐서 묵묵히 하다 보니 장인이 된 거죠. 손재주, 정신력, 인내심, 열정,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결합이 되어야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어요.”
40여 년 세월을 두석 일에 몸 바친 선생은 소위 말해 계보가 없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선생은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가난 때문에 겨우 초등학교만 마치고 나서 서울 용산의 한 주물공장에서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생계를 이어가던 선생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18세 때 인사동에서 고가구 장석을 만드는 윤희복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선생은 동판공예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 후 오로지 독학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지금의 선생이 되었다.
선생은 비밀자물쇠와 평안도 박천 지방의 숭숭이 반닫이의 대가이다. 하지만, 작품을 자물쇠와 반닫이 등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선생은 중앙박물관 팔각정, 종로 조계사 8층 석탑 상륜부 장식, 구인사 탑 장식 등도 자신의 작품이라고 하신다. 당신의 작품을 보여 주겠다며 갑자기 필자를 옆방으로 이끈 선생은 작은 방 가득 채워진 은 세공품과 자물쇠, 가구 등 작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설명해 주셨다. 선생은 두석장이라고 하여 가구의 장식품이나 자물쇠만 만드는 것은 세월에 어긋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 도구도 좋아지고 기술도 좋아지듯이 자신의 일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가짐이 완벽해야 해요. 특히 장인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물정에 휘둘리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질 않죠. 현재 장인 중 한 70%는 돈이 없어요. 하지만, 전 차라리 돈 없는 장인이 되라고 하고 싶네요. 돈 없는 장인은 1%부터 완성할 때까지 정말 그것만 바라보고 온 정성을 기울여 만들거든요.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하면 어느덧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을 겁니다. 최선을 다하세요.”라며 힘주어 강조하시는 모습에서 선생의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 자부심이 오늘의 두석장 박문열을 만든 힘이 아닐까.
<나정은>
<선생의 작품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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