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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끊긴 역, 아쉬움 넘어 황량함까지
ktx진영역 개통 한달, 옛 진영역 가보니
지난해 12월 15일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에 있던 옛 진영역이 경전선 복선 전철화 개통과 함께 105년 역사를 마감했다. 정차 횟수가 적다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이제 진영읍에서 기차를 탈 곳은 진영리가 아닌 설창리다.
KTX 개통 한 달이 지난 옛 진영역은 벌써 황량한 인상을 짙게 풍겼다. 역사 주변은 볕마저 들지 않아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역 주변 상인들이 상권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는 꽤 오래됐다. 역 이전이 아니더라도 이미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상권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오가던 인적마저 끊긴 아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김해시는 옛 진영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도 이미 수차례 들었던 얘기다. 오래전부터 알던 얘기라는 것은 앞날에 대한 기대도 옅기 마련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歷史)를 어떻게 가꿔야 할지는 황량한 역사(驛舍)는 물론,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할 사람들도 말해주지 못했다.
◇인적 끊긴 옛 역사(驛舍) = 진영읍 진영리에 있는 옛 역사 입구는 닫혀 있었다. 문 위에는 손으로 그린 KTX 진영역 안내 벽보만 붙어 있었다. 역 입구 주변은 주차장인데 차는 몇 대 없었다.
입구 옆에는 관광지를 홍보하는 펼침막이 몇 개 붙어 있다. 여행사가 관광지와 기차 여행을 엮어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목적지는 홍도·거문도·흑산도·백도·제주도 같은 곳이다. 목적지보다는 가는 길을 즐기는 경전선 여행자의 눈길을 한번쯤은 끌었을 것이다.
"주말에는 그래도 기차 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요. KTX를 타고자 밀양이나 대구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경전선 타고 여행하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역이 없어지니 사람 구경을 할 수 없네요."
역사 앞에서 주차장을 관리하는 어르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원래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 KTX 이용객이라고 해봤자 하루 몇십 명 정도였을 테다. 경전선이 관광객을 몰고 다니는 것도 한철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적이 끊기자 적적한 듯했다. 마침 승용차 한 대가 기세 좋게 곡선을 그리며 역사로 들어온다.
"아직도 역을 옮긴지 모르는구먼. 가끔 저런 사람이 있어요."
어르신에게 이미 익숙한 모습인 듯했다. 아닌게아니라 차에서 내린 중년 여성은 역사 입구의 안내문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바로 차를 돌린다.
역사 주변은 상권이라고 할 만한 구석이 없다. 바로 옆 슈퍼마켓이 눈에 띄고 길가에 분식집 몇 개가 눈에 띈다. 언뜻 봐도 장사가 잘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몹시 풍겼다. 꼭 진영역이 자리를 옮겨서라기보다 원래 그런 모습이다. 한 분식집 사장은 "여기도 20년 전에는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다"며 "신도시가 조성되고 터미널 주차장이 멀리 떨어지면서 상권이 모두 옮겨갔다"고 말했다.
◇선뜻 답이 보이지 않는 옛 역사 활용 = 옛 진영역은 기차역으로서 수명은 다했다. 역사와 철로 모두 철거 대상이다. 김해시에서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옛 진영역 역사와 철로, 그리고 그 주변에서 어떤 매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 주변 경치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 여행객을 끌어당길 만한 명소가 있지도 않다. 설사 있더라도 옛 진영역과 매끄럽게 연결되지도 않는다.
역 주변에 있는 한 식당 주인은 "옛 진영역을 어떻게 개발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막상 어떻게 진행될지는 나오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에서 장사하는 우리도 어떻게 됐으면 하는 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연결해보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는 듯하다. 새 진영역에 붙이고자 했던 '노무현역' 이름을 옛 진영역에 붙이자는 의견이 나오는 게 그렇다. 하지만, 새 진영역보다 봉하마을에서 더 멀리 떨어진 옛 진영역에 이름만으로 활기를 넣기는 힘이 부쳐 보인다.
황량한 역사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별다를 게 없는 철로는 가만히 두기도, 그렇다고 어떤 변화를 주기도 막막한 모습이었다.
◇새 진영역, 아직은 정차역일 뿐 = 진영읍 설창리에 들어선 새 진영역에는 평일 2회, 주말 3회 KTX가 정차한다. 진영읍 외곽인 이곳은 말쑥한 모양새를 갖춘 역사(驛舍)만 덩그러니 들어서 있다. '역세권'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주변에 상권은 전혀 조성돼 있지 않으며 역 안에 매점 하나만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 정차역일 뿐, 당장 진영 지역 발전과 연결할 만한 구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이전 진영역보다 봉하마을과 가까워 타지역에서 봉하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접근성은 나아졌다. 김해시도 이 점을 고려해 시내버스 노선 조정과 셔틀버스 운영 계획을 밝혀두고 있다.
진영역 관계자는 "KTX 이용객이 평균 200~300명 수준"이라며 "주말에는 모든 표가 소진되고 있고 앞으로 이용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도민일보-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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