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사거리에서 산복도로로 방향을 정하고 올라가면 길을 따라 제법 긴 축대벽이 나온다.
그 축대벽 뒤로 비탈길을 따라 빌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 일대가 회원동이다. 축대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전을 하면 바로 오르막길과 마주치는데, 입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작은 쉼터가 하나 보인다.
이 작은 쉼터에 보내는 이곳 주민들 눈길이 흐뭇하다. 마을 인물(?)이 훤해졌다고 하는데, 이 쉼터가 조성된 것은 갓 2주 정도 됐다.
◇작은 쉼터, 동네 인상을 바꾸다 = 빌라 사이에 있는 쉼터는 규모가 한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다. 넓이가 395㎡인데, 가로·세로 20m면 400㎡이니 딱 그 정도 넓이라 보면 되겠다. 쉼터는 땅을 절반으로 나눠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한 주택지 공터에 쉼터가 조성되기 전 모습. 주민들이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구석에는 텃밭이 들어서 있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창원시 |
높이 올라온 쪽은 놀이기구를 넣어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했고, 아래쪽은 운동기구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놀이터 구역은 바닥을 합성수지 재질로 폭신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통로와 여러 가지 기능이 합쳐진 미끄럼틀이 가운데 있고, 용수철이 달린 목마가 몇 개 있다.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좁은 공간에 적절하게 배치돼 있다. 놀이터 아래쪽은 간단한 구조물 밑에 긴 의자를 둔 휴식공간이 있고 주변에 운동기구를 몇 개 뒀다. 약수터 같은 곳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다.
원래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 주민들은 주차 공간으로 그냥 사용했다. 따로 관리하지 않던 장소이기 때문에 생활쓰레기 집합 장소처럼 쓰이기도 했다. 일부 양심적이지 않은 주민들은 쓰레기를 한쪽 구석에 던져놓고 가곤 했고, 그런 쓰레기들이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한다.
창원시는 지난해 12월 쉼터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40여 일 정도 진행됐고 버려진 공간은 주민 쉼터로 탈바꿈했다. 주민 만족도는 당연히 높다. 마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쉼터 바로 옆에 사는 주민 윤 모(51) 씨는 "쉼터가 들어서서 너무 만족한다"며 "마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정돈이 되니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며 "접근성이 좋아서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주 이용해서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만큼 주차 공간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그렇다 해도 쉼터 하나가 생긴 게 주차 공간 없어진 것보다 훨씬 낫다며 만족했다.
또 다른 주민 안종철(60) 씨는 "작은 쉼터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동네 전체가 달라졌다"며 "행정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밤 늦은 시간에도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예전에는 어두운 시간이 되면 지나치기를 꺼렸던 장소였다고 했다.
도심 속 흉물 공간이던 이 공터가 쉼터로 탈바꿈했다. 쉼터 한쪽은 다용도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가 배치돼 아이들 놀이터로, 아래쪽은 긴 의자와 운동기구가 몇 개 놓여있어 어른들의 쉼터로 꾸며져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일호 기자 |
◇조성보다 더 중요한 관리 = '깨진 유리창 효과(Broken Window Effect)'라는 게 있다. 큰 건물에 깨진 유리창이 하나 있다. 이를 방치하기 시작하면 깨진 유리창은 점차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관리되지 않는 건물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그 건물 주변은 서서히 우범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은 지역 전체에 미치게 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사람들은 깨끗하게 잘 정돈된 장소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뭔가 관리되고 있다는 인식이 앞설 것이고, 자칫 쓰레기를 잘못 버리다가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낌 없다. 동네마다 꼭 쓰레기가 쌓이는 곳에만 쌓이는 이유가 그렇다.
마산회원구 회원동 쉼터 위치도. |
회원동에 조성한 쉼터 주변은 일단 깨끗했다. 쓰레기를 버리기에는 좀 찔릴 정도로 정돈이 잘 돼 있었다. 주민들도 당장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며 만족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둘러보니 구석에 쓰레기봉투가 하나 보였다. 전봇대 아래 아무렇게나 버려둔 쓰레기였다. 또 쉼터 구석이나 화단 쪽에도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담배꽁초나 음료수 깡통 같은 쓰레기다. 이 쉼터의 '깨진 유리창'인 셈이다.
안종철 씨는 "조성보다 중요한 게 관리"라며 "아무리 잘 만든 시설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흉물이 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한 명도 "좋은 시설을 만들었는데 더럽혀지면 안 될 것 같다"며 "주변 주민들부터 청소하고 잘 관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쉼터 관리 주체는 창원시다. 하지만, 일상적인 청소까지 완벽하게 하기에는 행정력이 달리는 게 사실이다. 시설 문제나 환경 조성까지는 몰라도 일상적인 관리는 오롯이 주민 몫이 돼야 할 듯하다.
창원시 공원사업소 관계자는 "전체적인 관리는 우리가 하는 게 맞지만 일상적인 관리는 주민들이 잘해서 높은 주민의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쉼터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높고 주민들도 쉼터 관리를 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