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을 지나는 카트라이더 = 고성이 오간다. 싸우는 소리는 분명 아니다. 기계음에 섞여 나오는 소리는 비명에 가깝다. 보문단지 주변에 생긴 카트라이더와 AV(사륜 오토바이) 대여점 때문이다. 미니 자동차지만 속도감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쏜살같이 사륜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저절로 ‘오빠~달려’다. 시속 30km지만 바람을 이기는 체감속도는 60km가 넘는다. 비명이 나올 법도 하다.

10년 전 경주를 찾았을 때만 해도 유행했던 것이 자전거였다. 특히 남녀가 같이 타는 2인용 자전거가 인기를 끌었다.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둘러보는 이야기를 했다간 이제 늙은이 소릴 듣는다. 세대가 바뀌면 흥미도 바뀌듯이 자전거 자리를 사륜 오토바이가 차지했다.

일단 자전거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레버를 당기면 가고서는 오토바이가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게다가 연인끼리 몸을 밀착시키고 허리를 잡고 타는 재미가 자전거의 유혹을 못 본체 하게 한다.

강둑을 따라 자갈이 깔린 오프로드를 달리는 맛은 더욱 달다. 강둑을 가로지르는 수중보를 따라 물속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릴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연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부부들도 많다. 1시간에 2만 원이나 하지만 시간을 좀 넘었다고 야박하게 하진 않는다. 2시간에 3만 원 해달라고 애교를 부렸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세계문화유산에 특별한 것이 있다 = 지난해 7월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양동마을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하회마을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방문지라면 양동마을은 1992년 찰스 왕세자가 방문했던 곳이다.

   
 
  조선시대 상류주택을 포함해 500년이 넘은 고색창연한 54채의 기와집과 이를 에워싼 고즈넉한 110채의 초가로 이뤄진 양동마을 모습.  

양동마을은 우리나라 전통 민속마을 중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촌이다. 오랜 세월 동안 고택을 유지하면서 5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경주 손 씨와 여강 이 씨 집안의 화목이 배경이다.

일단 마을 규모가 인위적으로 만든 전통 마을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조선 시대의 상류주택을 포함하여 500년이 넘는 고색창연한 54채의 기와집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고즈넉한 110여 채의 초가로 이루어져 있다. 양반가옥은 높은 지대에 있고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주택이 양반가옥을 에워싸고 있어 기와집과 초가가 공존하는 방식도 볼거리를 풍부하게 만든다.

문화재급 고택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마을의 구릉형 지형에서 시작한다.

수백 년 된 기와집과 나지막한 토담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두 아름은 족히 넘는 듯한 고목이 집집이 흔하니 이곳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이다. 국보 283호인 통감속편, 보물 411호 무첨당, 보물 412호 향단, 보물 442호 관가정, 보물 1216호 손소영정을 비롯하여 중요민속자료 23호 서백당 등 열거하기 어려운 정도로 많은 문화재가 있다 보니 둘러보는데도 순서를 정해야 할 정도다.

양동마을의 고택은 대부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과 집주인 간 가끔 마찰이 일기도 한다. 관광객이 지켜야 할 개인공간까지 침범한 경우다. 개인공간은 알아서 눈치껏 구경해야 한다.

조선 성리학의 선구자인 회재 이언적의 여강 이 씨 종가인 ‘무첨당’과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오래된 살림집으로 560년쯤 된 월성 손 씨 종택 등 명문대가의 건물은 필수 코스. 영화 <음란서생>의 촬영장소인 ‘향단’에는 99칸 건물이었다가 한국전쟁으로 허물어져 56칸으로 개조된 이야기가 있다. 영화 <취화선>의 무대인 ‘심수정’에선 배우 최민식의 표정을 떠올려 본다.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054-779-6396(경주시 문화관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