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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해봤더니'
여경모(경남도민일보_문화체육부)
아는 동생이 창동에 가게를 열었다. 골동품 숍도 아닌 것이 기념품 숍도 아닌 어정쩡한 가게다.
가게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부터 열까지 전화를 걸어서 묻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그래서 주말마다 동생 일을 돕느라 밀린 빨래가 바구니를 넘치는 날이 많아진다. 이왕 도와주기로 한 것 발 벗고 나서보았다.
사람에게 물건 파는 일은 처음이라 쑥스럽다. 동생이 없는 날은 진땀을 뺀다. 물건을 설명하는 일도 어색하고 서있는 모양도 경직되어 있다. 특히나 물건 값을 받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월급날 계좌이체로만 돈을 받아보았지 직접 남의 돈을 받는 일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손은 비밀이 탄로 난 범인처럼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들켜버리자 뒷주머니로 줄행랑친다.
그러다 아는 사람이 지나가는 낌새가 보이면 재빨리 후다닥 뒤로 숨는다. 우연히 취재원 중 한 명이 처음 보는 가게라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일이 있었다. 다시 후다닥. 주인을 부르는데 대책 없이 숨어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놀라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아니 여기에 어쩐 일로?" 서로 질문을 던지지만 한쪽이 아주 불리한 상황이다.
가게 지키기 '해봤더니'는 거의 난도질당하는 야생의 사파리 수준이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어느 나라 물건이죠?', '어떤 재질인가요?' 등 물건에 대한 간단한 질문부터 쏟아낸다. 차라도 한잔 대접한다고 자리에 앉힌다면 본격적인 심문을 당한다. '총각이냐?'로 시작해 '고향이 어디?', '어느 학교를 나왔나?' 등 개인사까지 질문도 가지각색이다. 게다가 다음날이면 동네 아주머니 통신에 의해 개인사가 낱낱이 까발려진 채 소문이 다 퍼진다.
이들의 정보망과 네트워크는 소셜 네트워크보다 단단하고 즉각적이다. 회사로 출근하는 길에 다시 한 번 가다듬어 본다. 나의 기사는 사파리에서도 살아남을 기사인가? 나의 정보는 아줌마 통신보다 단단하고 신속성이 있는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다시 사파리가 그리워진다. 이놈의 육식성. 사자가 무섭지만 토끼를 잡아먹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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