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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미술 선구자 강국진을 다시 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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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254
내용

 

강국진 作 ‘가락’

 

 

강국진 作 ‘역사의 빛’

 

 

경남은행 본점 KNB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故 강국진展에서 큐레이터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KNB아트갤러리 제공/
 
천장에서 바닥으로 원통형 비닐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그 안에는 또 하나의 비닐튜브가 있고, 튜브는 물감을 푼 액체로 채워져 있다.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튜브의 입구를 연다. 물감이 걷잡을 수 없이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바닥과 주변, 그리고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당신의 얼굴에도 마구 튄다.

1967년 중앙공보관 화랑 제2전시실에서 진행됐던 ‘청년작가연립전’ 개막행사에서 벌어졌던 대한민국 최초의 퍼포먼스, ‘색물을 뽑는 비닐 주머니’의 한 장면이다. 2013년 어느 현대미술관에서 행해진 퍼포먼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이 행위예술을 기획하고 이끈 사람은 강국진. 1939년 진주 출생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집단 퍼포먼스 기획과 오브제의 활용, 한국 최초 판화 공방을 열어 판화 대중화에 앞장섰던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다.

그는 동래고교 재학 당시 하인두 선생과 추영근 선생에게 그림을 배웠고 홍익대 재학시절 ‘논꼴’이라는 미술그룹을 만들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의 ‘마르셀 뒤샹’이라 불릴 만큼, 산업사회의 산물인 레디메이드 오브제들을 과감하게 설치작업에 도입하고 현실비판적인 성격의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차분한 성격 이면에는 불 같은 열정을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이러한 강국진의 후기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전이 경남은행 본점 KNB아트갤러리에서 4월 말까지 열린다. 1층 전시실에는 1980년대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몰두했던 ‘역사의 빛’ 연작 시리즈 14점이, 2층에는 1970년부터 15년 동안 몰두했던 ‘가락’ 시리즈 9점이 선을 보인다. ‘역사의 빛’은 150호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를 두 개의 면으로 분할해 왼쪽에는 기마인물상과 토우, 반가사유상 등 한국역사의 뿌리를 찾는 소재들을 담았고 오른쪽에는 자연물을 상징하는 둥글거나 세모꼴을 띤 간략한 도형을 그려넣은 작품이다. 작품 면면의 형체는 어린아이가 그린 듯 간소하고 색감이 천진난만하다. ‘역사의 빛’ 연작 중 300호 대작은 1991년부터 국회의사당에 소장돼 중앙홀 벽면을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가락’ 시리즈는 단순한 선 긋기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빗물이 떨어지는 듯 일정한 붓 터치가 그림을 탄생시키고 완성한다. 빈틈 없이 중첩된 붓질이 모여 오묘한 색감과 느낌을 준다. 후기에는 선 사이사이에 도형이 실루엣처럼 비치는 모양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이는 당시 단색을 주로 쓰고 선보다는 형상을 구현하는 화풍이 유행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본적 회화작업에의 몰두’라 할 만한 그만의 독자적 행보라 할 수 있다.

송수민 KNB아트갤러리 큐레이터는 “강국진 화백은 판화나 퍼포먼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30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기며 왕성한 회화작업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은 경남도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었던 것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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