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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잊지마세요, 도시재생 주체는 주민이라는 것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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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30
내용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도시의 목표다. 단 문화는 생활 일부가 되어 시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일본 내 대표적인 창조도시로 이름난 가나자와 시 도기시 유타카 문화정책과장의 말이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은 행정(또는 기업)의 재정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만큼 행정관료들이 문화예술 활용에 어떤 지향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나가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문화예술을 상권 살리기 도구로 볼 것인가, 주민 생활 속에 살아숨쉬게 할 것인가, 예술인들의 창발적 활동을 장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속에 적절한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선진 사례지는 대개 '주민 본위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지역의 활기를 되찾는데 방점을 뒀다.

 

 

예술가들이 직접 나서 주민들을 축제의 장으로 이끌어 낸 문래창작예술촌, 수준 높은 예술인들의 레지던시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인천아트플랫폼이 좋은 본보기다. 도시 내 유휴공간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들로 변모시킨 가나자와 시도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품에 주민들을 참여시키며 그 안내까지 도맡게 한 나오시마 역시 주민들의 문화 감수성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경우다. 반면 마산지역 도시재생에는 '주민'이 빠져 있다.

 

 

◇적극적 주민 참여 이끌어내야

마산지역 도시재생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주민'이 보이지 않는다.

   

일반 주민들이 없는 자리에 각종 단체만 난립해 마치 주민 입장을 대변하는 양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권 살리기가 주목적인데다 창동예술촌의 공간을 내 준 것은 건물주들이기에 이들 입김도 많이 작용한다. 이런 탓에 주민들의 공동체적 참여를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문화를 느끼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창동-오동동에는 거의 없다. 창동예술촌은 주민들이 예술을 직접 누리는 공간이 되지 못한 채 단순히 한 번 둘러보고 마는 관광지가 돼 버렸다.

 

 

입촌작가들 작업실이 있지만 주민들이 접근하기에는 마음의 벽이 높다. 문이 닫혀 있는 때가 잦은데다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공간에 주민들이 가지는 경외감과 두려움도 크다.

 

더군다나 상권 살리기 목적이 강하다 보니 주민들은 '도시재생의 동반자'라기보다 '잠재적인 소비자'로 규정돼 버렸다.

 

◇난립한 단체부터 해결하자

마산지역 도시재생 사업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관련된 사업 기구가 너무 난립해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이들 기구 간 이견 조율을 기본 기능으로 하면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도시재생 민관협치기구가 필요함을 말한다. 대상은 △(사)마산도시재생위원회와 마산 도시재생민관협회 △창원시 도시재생과 △창원시의회 △마산지역발전추진위원회 △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 △상권활성화재단 △상인회 △(사)창동예술촌 등이다.

 

이들은 통합적 거버넌스로 기능하지 못함에 따라 주민들 의견을 한데 모아내기 어려운 구조를 지녔다. 사업 전체를 관장하는 기능은 창원시 도시재생과가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 기구 간 이견 조율이나 협력체계 구축에는 미흡함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남대 서익진 교수는 "적어도 부시장급이 주재하는 민관협치기구를 설치해 도시재생과 연관되는 모든 사업을 총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도시재생 관련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아트플랫폼과 관리 운영에 관한 조례 내용 또는 가나자와 예술창작재단 등에 보이는 민관 협력 사례가 도움될 수 있겠다.

 

 

   

◇수준 높은 문화 유치 필요

인천아트플랫폼 이승미 관장은 시설 운영에 "연고주의 타파"를 내건다. 그는 "인천아트플랫폼 같은 시설을 운영하는 데 있어 경계해야 할 것이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면서 "인천아트플랫폼이 지역예술가들만으로 레지던시 작가들을 채우면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적 현상과 새로운 작품의 추구임에도 지역예술가들이 모이면 매번 보던 사람과 작품을 보게 돼 결국 인천 시민도, 외부 관광객도 발길을 끊는다"는 것이다. 이어 "선발 기준에 지역쿼터가 있지만 주로 젊은 예술가들 위주로 채워진다"면서 "나머지는 국내 20~30 대 1, 해외 40 대 1 등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한다"고도 했다.

 

 

이는 결국 외부 방문객을 유입하는 주요 요인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콘텐츠에도 있다는 이야기다. 촌장을 비롯한 입촌작가들까지 대부분 지역예술인으로 채워진 창동예술촌과는 궤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는 창원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초석을 내발적 요인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연고주의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문화가 상권활성화에 예속되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서익진 교수는 "창동예술촌 기본 기능은 예술인 지원에 대한 파급효과가 자연스럽게 상권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면서 "하지만 창동예술촌은 반대로 그 기능이 입주작가들 예술활동 지원보다는 상권활성화에 더 치중되어 있어 목적과 수단이 도치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타개하려면 △더 많은 예산 배정을 통한 행정의 확고한 추진 의지 피력 △예술촌을 구성하는 예술장르의 다양화 △상인회 주관 행사뿐만이 아닌 대학축제, 졸업작품전, 레지던스 사업 등 외부로부터 다양한 행사 유치 △문화예술특구 지정을 위한 중앙정부와 협상 노력 등을 꼽았다.

 

 

   

◇예술가 자발성 높이고 주민공동체 형성

 

문래창작예술촌에 사회적 기업 모델을 입안한 김윤환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창동예술촌이 마산 도심재생에 이바지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려면 예술가들의 자발적 주체성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 연구원은 마산지역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에 대해 "짧은 시간에 시가 강력하게 주도해 시설 조성과 예술가 입주를 추진했고, 때문에 지역구성원들 간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면서 "상인들은 '막대한 예산투여에 비해 상권활성화가 잘 안 된다'는 불만이, 예술가들은 '짧은 작업실 사용 기간에 비해 무거운 의무를 부과하는 등 열악한 조건'에 불만이, 창원시는 행정 프로세스에 충실했다는 태도에 놓여 있어 제대로 된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운영의 안정성이나 기획력이 중요하다"면서 "명망가 또는 조직에 의존할 게 아니라 예술촌 구성원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한데, 특히 이때 주민들 참여 기회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는 "문화를 통해 도시와 마을의 실질가치를 창출하려면 전통 또는 유휴 공간의 시설 디자인을 강화해 랜드마크를 만들고,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된 지역콘텐츠를 개발한 다음, 적극적인 홍보와 네트워킹으로 외적 평판을 얻어야 한다"며 "결국 이러한 작업은 궁극적으로 사람, 즉 그 지역을 이루는 주민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 증진을 위해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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