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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공자산' 박물관·미술관 전문성 강화해야

작성자
박이랑
작성일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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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552
내용

#1. 학예사 ㄱ 씨. "태풍이 오면 나뭇잎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서울, 경기도 등 윗지역은 겨울에 눈 치우느라 바쁘다 하고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전시·기획을 하는 학예 일을 하러 왔지만 매표소 업무도 봐야 하고요. 어떤 박물관은 1년 단위로 지원을 받을 때만 학예사를 계약직으로 뽑는다고 하던데, 그러면 행정 업무밖에 할 수 없는 거죠. 미리 계획을 짜서 하는 전시 일은 엄두도 못 내는 겁니다. 학예사를 뽑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 타지역에서 오는 사람이 많아요. 박물관 근처에 방을 구해서 계약 기간만큼 일하고,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박물관, 미술관이 대부분 한적한 곳에 있어 출퇴근이 어려워 근처에 방을 잡고 숙식하면서 지내는 사람이 많아요. 석사 학위까지 따고서도 계약직으로 월급은 대부분 200만 원 이하예요. 월급이라도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2. 사립 박물관장 ㄴ 씨. "전 재산을 다 털어서 박물관을 세웠습니다. 사립 박물관·미술관이 부실한 곳은 자연 도태해야 하지만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곳은 시설 확충 등 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유물은 별것 아닌데, 식당을 잘해서, 경치가 좋아서 관람객이 많은 박물관도 있는데요. 역사, 문화 향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면 좀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박물관, 미술관에 관여해 일을 하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박물관, 미술관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을 꼽았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모든 것 중에 가장 나중 순서'가 문화인 탓이다. 문화 예산은 예산을 삭감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고, 어떤 일을 추진할 때는 우선 순위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창원 대산미술관. /우귀화 기자

◇박물관, 미술관의 공공성에 다시 주목해야 = 실질적인 예산 지원에 이르게 하려면, 문화 자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물관, 미술관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교육과 교수는 "박물관은 시민혁명 이후 독점하고 있는 왕권, 고유 자산을 공공의 것으로 만들어서 시민들이 누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공공 자산은 많은 사람이 더 잘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장 쉽게 많은 사람이 적은 돈으로 많은 볼거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박물관, 미술관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권장하도록 법제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도 "박물관, 미술관은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라 효율성만 너무 추구한 나머지 생긴 사회 병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곳이다. 정신적·인간적 가치를 고민하려고 생긴 설립 목적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 /우귀화 기자

◇지역민 자긍심 줄 수 있는 콘텐츠 = 그러면 박물관, 미술관이 중요한 제 기능을 다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관람객이 많이 찾아야 하고, 찾았을 때는 얻어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띤 지역 박물관이 그 자리에 자리 잡은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남 지역 등록박물관 1호이자 전국 등록박물관 2호인 거제박물관 황수원 관장은 "지역민에게 자신의 뿌리에 대한 확인,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에 나가면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서 그 지역 문화를 즐기려고 한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가 돼야 한다. 관람객 눈높이에 맞게 대중성, 선도성을 가져 한다. 지난해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스토리텔링으로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지원 확대해야" = 1년 내내 같은 전시, 상업성에 골몰하는 전시를 펼치는 곳이 아니라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곳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철수 대산미술관 관장은 "경남박물관협의회 내 사립박물관, 미술관 전체에 9개월 정도 일할 수 있는 도슨트가 14명밖에 지원이 안 된다. 체험 프로그램도 7개 관에 3000만 원 수준이다. 기준을 갖춘 등록관에 조례 등으로 지원을 통해 운영을 활성화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끝> 

거제박물관. /우귀화 기자

"지역민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최정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 박물관, 미술관 주요 기능은?

"우리는 박물관, 미술관을 구분하지만, 외국에서는 '뮤지엄(MUSEUM)'이라고 하나로 부른다. 뮤지엄의 3대 기능이 유물의 보존, 전시, 교육 3가지다. 박물관은 보존이 중심이고, 미술관은 전시가 중심이 된다."

- 박물관, 미술관 활성화 방법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탓에 기간제 학예사가 너무 많다. 그러면 장기적인 사업 계획이 어렵다. 또 박물관, 미술관은 전문성과 함께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 지역 박물관, 미술관이 그 지역과 밀착된 주제로 그 박물관, 미술관이 굳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다양한 계층이 만족할 수 있게 다양성, 다층성, 지역밀착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진례다반사 전시가 대표적이다. 지역민을 인터뷰하고, 지역민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선보였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계속해서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자 한다. 가만히 있으면 관람객이 안 온다. 가족 텃밭, 벽돌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요즘은 특히 교육 사업을 통해 지역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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