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지역정보

제목

[아침을 열며]자유학기제, 조용한 혁명의 시작

작성자
박이랑
작성일
2016.01.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88
내용

또 한 해가 저문다. 빼곡하게 기록된 2015년 탁상달력을 한 장씩 넘겨본다. 참 바쁘게 살았다. 특히 올해는 전국에서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 관련 강의요청이 많아 예년보다 더 바빴다. 내가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에서 실천하고 경험했던 사례들이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 운영에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준다는 평가였다. 기쁘고 보람찬 한 해였다.

나는 일찍부터 공립 대안학교 설립은 공교육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조용한 혁명'이며,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적극 받아들이는 교육정책이라고 주장해왔다. 좁게 보면 학교 부적응이나 학교중단 학생을 위한 지원 대책이지만, 넓게 보면 교육본질을 회복하는 운동이며 새로운 학교 설립 운동이라고 외쳐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외침은 낯설었을 것이다. 2013년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처음 도입될 때, 결국 이 정책도 실패할 거라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많았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 전국 만19∼74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 물음에 긍정적 응답이 8.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시범운영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2016학년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마침내 공교육에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자유학기제는 대안학교에서 오래전부터 운영해왔던 교육과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한 학기뿐이지만 미인가 대안학교처럼 아예 지필고사를 없애고, 국·영·수 교과위주가 아니라 예술 감성 교과, 체험학습, 선택 교과의 비중을 높였다. 또 교사에게 자율적인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까지 주고, 개개인의 진로탐색을 위해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까지 배움터를 확대한 점은 놀라운 변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유학기제 도입이야말로 지금까지 교육부가 내놓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혁신적이다. 또 앞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미래교육의 방향도 잘 제시했다고 본다. 그렇다.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게 하고, 학부모들의 감정계좌에 '신뢰'를 저축한 것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도 보람과 긍지를 찾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다 좋을 수는 없다. 처음부터 일을 급하게 추진해 성과를 내려다보니 교사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입시위주 교육과 학벌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두고 한 영역만 건드리고 있다는 한계 속에서 연구시범운영 단계를 넘어 전면적인 시행으로 들어갈 때 과연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도 많다. 말하자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행복교육의 방향'은 제대로 찾았지만 학교 지역별, 규모별 여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또 언제까지 정부가 나서서 단위학교를 관리 통제하면서 성과를 채근해서도 안 된다.

앞으로 단위 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교사를 자기 삶의 주체로 대접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 어떤 경우라도 교사를 임금노예로 길들여서는 안 된다. 교사가 자유로워야 학생이 자유로워진다. 우리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개개인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북돋우며 살아야 한다. 또 학생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학생을 통해서 교사 스스로 다시 깨닫고 배울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말하자면,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니라 배우는 전문가라는 인식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여태전.jpg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