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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장미 대선’을 치렀으니, 그 사이 장미꽃이 두 번이나 피고 졌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핵심 기조는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다. 촛불 혁명이 발발한 이유이자, 촛불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때문에 적폐 청산은 최우선 과제였다.
적폐의 뿌리가 깊었는지, 그 세력들이 영악했는지 지금까지도 청산과 규명은 계속이다. 돌아도 몇번을 돌아버린 필름 속 인물을 접할 때면, 지루한 ‘오리떼기’를 보는 듯하다. 현 정부의 국가비전 또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이를 위한 5대 국정목표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내세웠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긍정평가)은 8주 연속 하락하며 50%선을 간신히 넘겨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0%대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지율 하락은 경기 불황의 장기화가 주원인이다. 국정목표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방증이다. 여론조사 기관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이 오르지 못하는 것에 따른 불만이 지속되고 있는 게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이후 두 차례 급상승, 세 차례 추락했다. 80%대로 출발한 지지율은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북한 미사일 발사, 가상 화폐 논란,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 등으로 추락했다. 그러다가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6월 지방선거까지 70%대를 유지하다가 9월 급락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면서 민생 경제가 나빠진 게 이유다. 같은 달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지지율이 다시 한 번 급상승했지만, 10월 들어 내리 하락세를 걷고 있다. 고용·소득·투자 등 핵심 경제 지표들이 악화된 데다, 대내외적 여건이 경기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하지만 부정평가의 핵심인 경제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 경제정책을 수정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사람을 바꾸긴 했지만, 정책 기조는 고수할 의지를 재차 내비췄다. 지지율 하락이 걱정되긴 하지만, 다른 무엇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일까.
지지율을 끌어올린 ‘달콤한 기억’, 남북문제가 풀리면 내재된 문제를 엎을 수 있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북한의 비핵화도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정상이 다시 만나도 흥행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지율만을 쫓는 ‘선동정치’는 물론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의 바람을 거슬러서도 안 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든 보수든 누가 집권세력이 됐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이지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고 했다. 국민들의 칭찬은 더 잘하라는 것이고, 비난은 고치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잠을 설치고, 마음을 돌리고 있는지. 이대로라면 클린턴이 부시를 꺾었던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힘을 불릴지도 모른다. 이 겨울을 지나 새봄, 그리고 세 번째 피어날 장미가 모두에게 아름다웠음 한다.
이 문 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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