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푸른 물감으로 흠뻑 물든 손. 생전에 부단히 작품을 그리던 고 전혁림(1915∼2010) 화백의 모습이다. 아버지처럼 작가의 삶을 살아가는 전영근(60) 화가가 <그림으로 나눈 대화>(남해의봄날, 120쪽, 1만 8000원·사진)라는 책을 냈다. '화가 전혁림에게 띄우는 아들의 편지'라는 부제가 붙었다.
전 화가는 지난해 전혁림 화백 탄생 100주년에 맞춰 이 책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말 나온 이 책은 아들이 아버지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전 화가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글을 썼고, 글에 맞춰서 스케치 그림을 함께 그려 넣었다. 책에 실린 그림은 미술관에 별도로 전시도 하고 있다.
전 화가는 "4살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지금 아버지는 안계시지만, 통영 1세대 화가로 열정적으로 활동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1부 '스승 전혁림에게 보내는 아들의 그림 편지', 2부 '화가 전영근의 미술관 그림 산책'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에는 통영에서 문화예술계 청년들이 만든 통영문화협회, 그 협회를 통해 함께 문화예술 교류를 했던 전혁림 화백의 벗이었던 김춘수 시인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 화가가 기억하는 아버지 전혁림 화백의 따뜻한 모습이 글 곳곳에 녹아 있다. 전 화백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들에게 통영 제과점 신생당의 과자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낸 일, 부산에서 떨어져 지낼 때 흰 쌀밥과 간장 한 종지로 밥상을 차려준 일 등이다.
2부에서 전 화가는 전혁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아버지의 대표 작품을 직접 해설한다. 곁에서 작품 제작 과정을 지켜본 그이기에 전 화백의 작품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통영 바다의 모습, 나비, 학, 민화 등이 그려진 작품을 소개한다.
전 화가는 아버지와 관련한 또 다른 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1월부터 통영 1세대 작가들이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해서 활동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을 쓰고 있다. 당시 활동했던 아버지를 비롯해 어려운 시절 예술 세계를 개척한 윤이상, 유치환, 김춘수 등의 예술인 이야기다. 20년 전부터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를 기록하고, 직접 예술인들을 만나서 비디오로 촬영하며 자료를 조사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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