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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경남신문
[감명받은 한권의 책] 이상옥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인디언의 복음(E.T. 시튼 著·김원중 옮김) |
인디언의 삶 속에서 찾는 ‘문명의 대안’ |
생태계 무차별 파괴 서구문명 속에 |
인간과 자연 하나로 보는 관점 등 이채로워 |
지난주 토요일에는 인터넷 시동인 ‘빈터’ 행사차 강원도 정선을 다녀왔다. 그날 시인 20여 명이 참석하여 즉석 육필 시전 퍼포먼스도 갖고, 동인들 모두 시인으로서 자신의 세계를 5분 스피치 형식으로 발표도 하였다. 그런데 서울의 한 동인의 발표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은 채식주의자라고 하며, 왜 육식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심지어 우유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왜, 우유조차 먹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송아지가 먹어야 할 우유를 인간이 착취하면서, 그것도 우유를 많이 생산해내기 위해서 소를 얼마나 학대하는지 등의 얘기를 했다. 인간중심주의자인 내게는 다소 극단적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의 삶의 태도는 진정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세속적 욕망에 찌든 내 몸이 그걸 허용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갑자기 10여 년 전에 읽은 ‘인디언의 복음’이 떠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T. 시튼이 온 생애를 걸쳐 인디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편찬한 인디언의 삶과 철학에 관한 역작 ‘인디언의 복음’. 이 책은 시튼이, 오늘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지만 생태계의 무차별적인 개발과 파괴를 주조로 하는 서구문명의 대안을 수만년 동안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아온 인디언의 삶 속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 책에는 기독교에 대한 담론도 나온다. 예수회 선교사인 A.M. 비드 신부 얘기다. 비드 신부는 열성적이고 독실한 젊은 신자로서 25년 전에 수우족 인디언의 땅에 와서, 지상에서 최고의 소명이 선교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인디언들을 자신의 특정 종파의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수우족이 유일한 참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종교가 진리와 사랑의 종교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교사가 아니고 그들을 지켜줄 변호사라고 여겨,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팽개치고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어 인디언들의 상임 변호사가 되었다. 물론 그의 성직은 박탈되었다. 1870년대 초 몇 년을 수우족과 살았던 뉴칸은 그들이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나이 든 사람, 과부들과 고아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돌보고, 캠프를 옮길 때마다 그들 중의 누군가는 신경을 써서 과부의 천막을 제일 먼저 옮기고 제일 먼저 세우고, 사냥한 후에는 매번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가장 필요한 집 문 앞에 떨어뜨려 주고, 자신을 형제처럼 대접했던 그들만큼 진정한 기독교도들로 구성된 교인들의 공동체를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고까지 했다. 이 책은 백인 문명과 문화가 본질적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았는가?’처럼 물질적이라면 인디언의 문화는 ‘내가 동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봉사를 했는가?’처럼 그 본질이 영적이라며, 이교도라고 폄하되는 인디언, 위대한 영을 믿는 그들의 종교관과 가르침이 서구의 기독교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음을 밝힌다. 아니 그들이 서구의 기독교도들을 부끄럽게 만든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인디언들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떼어서 보지 않고 하나로 연결된 것으로 보는 그들의 세계관, 자연관도 이채롭다. 드와미쉬-수코미쉬족의 시애틀 추장은 연설문 ‘우리는 결국 모두 형제들이다’에서 “우리는 대지의 한 부분이고 대지는 인간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라고 했다. 무늬만 기독교도인 것 같은 나는 다시, 채식주의자 동인에게 느꼈던 부끄러움을, ‘인디언의 복음’을 반추하며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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