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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보디페인팅 입문
“사람의 몸은 살아 움직이는 영혼, 그 영혼의 울림을 이미지화하는 겁니다.”
지역의 여러 문화행사에서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 배달래(43). 그는 보디페인팅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영역을 통해 그림으로, 퍼포먼스로 전시장과 무대에서 대중과 교감하고 있는 보디페인팅 아티스트다.
보디페인팅은 특정 공간에서 모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즉흥적인 변화와 신체의 움직임 등이 어우러져 긴장과 감동을 자아내는 일종의 행위예술이다. 배달래는 보디페인팅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다양한 채널의 프로세스로 처리해 다시 그림으로 남기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자다.
대학시절 우연히 보디페인팅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전위작가 베르슈카의 사진집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하지만 당시는 보디페인팅이 낯선 분야라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서양화 전공자로서 외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직접 접근하지는 못했다. 이후 결혼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면서 보디페인팅은 마음으로만 남았다.
2008년 마흔 살 되던 해 그는 용기를 냈다. 보디페인팅을 해야겠다고. 디자인대학원에도 진학했다. 모델의 몸에 처음으로 붓을 들어 뛰고 있는 심장이 붓끝으로 전해져 올 때, 그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미용으로 인식하고, 샤워하고 나면 사라지는 보디페인팅을 회화의 영역으로 발전시키는 게 고민이었다. 그래서 사진으로 찍어 몇 가지 과정을 거쳐 회화로 재탄생시켰다. 몸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고급예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깼다. 첫 반응은 미술계는 이건 미술이 아니다, 미용계는 이건 미용이 아니다였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는 분위기였다. 의아해 했지만 지금은 격려와 지지가 많다”는 그는 사진과 회화 토털장르를 개척, 이 분야 선구자가 됐다.
배달래씨의 대표작 ‘hommage to Veruschka 베르슈카에 대한 경의’. 다섯 폭의 병풍에 담은 화조도다. 꽃과 새를 페인팅한 여성 모델을 그림 속에 넣고 다시 주변을 이어 채색했다.
▲배달래= 마산 출신으로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에서 공부하고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강사로 재직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아트·디자인대학원 메이크업·특수분장 전공. 5번의 개인전과 10여 회의 단체전을 열었다. 현재 구복예술촌 레지던스 작가로 입촌, 한국적 정서에 바탕한 여러 가지 실험적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나의 작품을 말한다 (29) 보디페인팅 아티스트 배달래씨
살아 움직이는 영혼에 色을 입히다
보디페인팅 아티스트인 배달래씨가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극단 미소 소극장에서 천영훈 극단 미소 대표의 자서화를 만들기 위해 보디페인팅을 하고 있다./김승권기자/
# 1. 창원 극단 ‘미소’ 소극장(6월 29일)
중년의 한 남자가 중요 부위만 살짝 가린 티팬티를 입고 배달래 앞에 앉았다. 어색해 하는 모델에게 편안한 포즈를 주문하며 붓을 들었다.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허벅지로 쓱쓱 그려 내려간다. 얼마 뒤 누드의 사내는 원색의 컬러 옷을 입는다. 여러 이미지로 채색된 사내는 조명 아래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 2. 창원 용지문화공원(8월 14일)
배달래는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에게 신들린 듯 물감을 찍어 바르고 뿌리고 격렬한 퍼포먼스로 ‘강의 눈물’을 전한다. 영상, 음악, 무용, 그림이 한데 어우러졌다. 인간의 탐욕 앞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 제 모습을 잃어가는 강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1시간에 걸친 공연은 관객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 3. 구복예술촌 작업실(9월 7일)
중년의 그 남자는 이제 캔버스에 놓였다. 사진으로 남겨진 보디페인팅은 작가의 구상에 따라 그림으로 변하는 단계다. 6개의 캔버스에 각각 다른 그림으로 되살아났다. 작가는 모델이 된 그 남자를 인터뷰, 그의 삶을 보디페인팅을 거쳐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다. ‘자서화’란다. 다음 달 창원 성산아트홀 개인전에 올릴 작품이다.
중년의 한 남자가 중요 부위만 살짝 가린 티팬티를 입고 배달래 앞에 앉았다. 어색해 하는 모델에게 편안한 포즈를 주문하며 붓을 들었다.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허벅지로 쓱쓱 그려 내려간다. 얼마 뒤 누드의 사내는 원색의 컬러 옷을 입는다. 여러 이미지로 채색된 사내는 조명 아래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 2. 창원 용지문화공원(8월 14일)
배달래는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에게 신들린 듯 물감을 찍어 바르고 뿌리고 격렬한 퍼포먼스로 ‘강의 눈물’을 전한다. 영상, 음악, 무용, 그림이 한데 어우러졌다. 인간의 탐욕 앞에 파괴되어 가는 자연. 제 모습을 잃어가는 강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1시간에 걸친 공연은 관객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 3. 구복예술촌 작업실(9월 7일)
중년의 그 남자는 이제 캔버스에 놓였다. 사진으로 남겨진 보디페인팅은 작가의 구상에 따라 그림으로 변하는 단계다. 6개의 캔버스에 각각 다른 그림으로 되살아났다. 작가는 모델이 된 그 남자를 인터뷰, 그의 삶을 보디페인팅을 거쳐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다. ‘자서화’란다. 다음 달 창원 성산아트홀 개인전에 올릴 작품이다.
보디페인팅 입문
“사람의 몸은 살아 움직이는 영혼, 그 영혼의 울림을 이미지화하는 겁니다.”
지역의 여러 문화행사에서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 배달래(43). 그는 보디페인팅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영역을 통해 그림으로, 퍼포먼스로 전시장과 무대에서 대중과 교감하고 있는 보디페인팅 아티스트다.
보디페인팅은 특정 공간에서 모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즉흥적인 변화와 신체의 움직임 등이 어우러져 긴장과 감동을 자아내는 일종의 행위예술이다. 배달래는 보디페인팅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다양한 채널의 프로세스로 처리해 다시 그림으로 남기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자다.
대학시절 우연히 보디페인팅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전위작가 베르슈카의 사진집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하지만 당시는 보디페인팅이 낯선 분야라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서양화 전공자로서 외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직접 접근하지는 못했다. 이후 결혼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면서 보디페인팅은 마음으로만 남았다.
2008년 마흔 살 되던 해 그는 용기를 냈다. 보디페인팅을 해야겠다고. 디자인대학원에도 진학했다. 모델의 몸에 처음으로 붓을 들어 뛰고 있는 심장이 붓끝으로 전해져 올 때, 그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미용으로 인식하고, 샤워하고 나면 사라지는 보디페인팅을 회화의 영역으로 발전시키는 게 고민이었다. 그래서 사진으로 찍어 몇 가지 과정을 거쳐 회화로 재탄생시켰다. 몸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고급예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깼다. 첫 반응은 미술계는 이건 미술이 아니다, 미용계는 이건 미용이 아니다였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는 분위기였다. 의아해 했지만 지금은 격려와 지지가 많다”는 그는 사진과 회화 토털장르를 개척, 이 분야 선구자가 됐다.
배달래씨의 대표작 ‘hommage to Veruschka 베르슈카에 대한 경의’. 다섯 폭의 병풍에 담은 화조도다. 꽃과 새를 페인팅한 여성 모델을 그림 속에 넣고 다시 주변을 이어 채색했다.
작품세계
대표작은 ‘hommage to Veruschka 베르슈카에 대한 경의’. 꽃과 새를 페인팅한 여성모델을 그림 속에 넣고 다시 주변을 이어 채색, 다섯 폭의 병풍에 담은 화조도다. 모델을 스며들게 만들어 어떻게 보면 새와 꽃이 강하게 드러나고, 자세히 보면 모델이 드러난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디지털과 아날로그, 평면과 입체의 조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5회 개인전에서는 ‘청화백자’를 선보였다. 창덕궁 대조전의 대형 벽화인 백학도, 봉황도, 송죽문을 모사한 배경에 누드 인체를 그려 넣은 대형 스케일의 작품이다. 개인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푼 ‘자서화’ 연작도 있다. 배달래의 퍼포먼스 모델인 자메이카 출신 가수 골드 티와 미국계 혼혈인 클라라를 등장시킨 대담하고 역동적인 그림이다.
그의 작품성을 먼저 인정한 것은 다름아닌 베르슈카였다. 베르슈카가 운영하고 있는 루마스갤러리로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베르슈카는 배달래의 독창성과 한국적 이미지를 극찬했다. 독일 본사와 해외 12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루마스갤러리는 현재 배 작가와 10년 계약을 맺어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내년쯤 베르슈카와 배달래 2인전을 추진 중이다.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펼친 ‘강의 눈물’ 퍼포먼스에서 배달래씨(왼쪽 세 번째)가 음악에 맞춰 무용수에게 보디페인팅을 하고 있다.
대표작은 ‘hommage to Veruschka 베르슈카에 대한 경의’. 꽃과 새를 페인팅한 여성모델을 그림 속에 넣고 다시 주변을 이어 채색, 다섯 폭의 병풍에 담은 화조도다. 모델을 스며들게 만들어 어떻게 보면 새와 꽃이 강하게 드러나고, 자세히 보면 모델이 드러난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디지털과 아날로그, 평면과 입체의 조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5회 개인전에서는 ‘청화백자’를 선보였다. 창덕궁 대조전의 대형 벽화인 백학도, 봉황도, 송죽문을 모사한 배경에 누드 인체를 그려 넣은 대형 스케일의 작품이다. 개인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푼 ‘자서화’ 연작도 있다. 배달래의 퍼포먼스 모델인 자메이카 출신 가수 골드 티와 미국계 혼혈인 클라라를 등장시킨 대담하고 역동적인 그림이다.
그의 작품성을 먼저 인정한 것은 다름아닌 베르슈카였다. 베르슈카가 운영하고 있는 루마스갤러리로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베르슈카는 배달래의 독창성과 한국적 이미지를 극찬했다. 독일 본사와 해외 12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루마스갤러리는 현재 배 작가와 10년 계약을 맺어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내년쯤 베르슈카와 배달래 2인전을 추진 중이다.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펼친 ‘강의 눈물’ 퍼포먼스에서 배달래씨(왼쪽 세 번째)가 음악에 맞춰 무용수에게 보디페인팅을 하고 있다.
퍼포먼스
그가 주목받는 것은 보디페인팅을 무대위 공연, 퍼포먼스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과 무용과 회화를 녹여내어 행위예술로 발전시켰다. 모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배달래의 붓질에는 경쾌함과 육중함, 빠름과 느림, 깊음과 얕음이 유연하게 뒤섞여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고, 움직임에 맞춰 그리며, 몸의 언어를 회화 언어로 만들어낸다.
“무용수와 작가의 호흡, 공감이 중요하다. 이는 관객들과의 공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와 무용수, 음악과 회화가 하나 될 때 관객들은 감동한다”는 그는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를 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불가사리의 불가사의한 공연’, 평택에서 ‘생명의 빛을 찾아서’를, 올해는 일산문화공원에서 ‘The shower of colors’, 춘천마임축제에서 ‘발광하는 발광’, 페이스티벌인 창원에서 ‘강의 눈물’ 등을 공연했다.
무대 공연의 관심사는 주로 환경·평화문제. “인권·평화·환경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개념들이다. 작가로서 당연히 내야 될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다”고 했다.
다장르, 다매체의 예술생산을 실천하는 종합예술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 배달래는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해 “너무 이성적으로 분석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받아들여 달라. 그냥 몰입해라”고 주문했다.
배달래의 예술은 그림 그리기란 무엇이며, 예술이 얼마나 자유롭게 열린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마당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새로운 장르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그는 10년 뒤, 20년 뒤 창원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로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하게 한다.
그가 주목받는 것은 보디페인팅을 무대위 공연, 퍼포먼스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과 무용과 회화를 녹여내어 행위예술로 발전시켰다. 모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배달래의 붓질에는 경쾌함과 육중함, 빠름과 느림, 깊음과 얕음이 유연하게 뒤섞여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고, 움직임에 맞춰 그리며, 몸의 언어를 회화 언어로 만들어낸다.
“무용수와 작가의 호흡, 공감이 중요하다. 이는 관객들과의 공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와 무용수, 음악과 회화가 하나 될 때 관객들은 감동한다”는 그는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를 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불가사리의 불가사의한 공연’, 평택에서 ‘생명의 빛을 찾아서’를, 올해는 일산문화공원에서 ‘The shower of colors’, 춘천마임축제에서 ‘발광하는 발광’, 페이스티벌인 창원에서 ‘강의 눈물’ 등을 공연했다.
무대 공연의 관심사는 주로 환경·평화문제. “인권·평화·환경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개념들이다. 작가로서 당연히 내야 될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다”고 했다.
다장르, 다매체의 예술생산을 실천하는 종합예술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 배달래는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해 “너무 이성적으로 분석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받아들여 달라. 그냥 몰입해라”고 주문했다.
배달래의 예술은 그림 그리기란 무엇이며, 예술이 얼마나 자유롭게 열린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마당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새로운 장르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그는 10년 뒤, 20년 뒤 창원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로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하게 한다.
▲배달래= 마산 출신으로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에서 공부하고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강사로 재직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아트·디자인대학원 메이크업·특수분장 전공. 5번의 개인전과 10여 회의 단체전을 열었다. 현재 구복예술촌 레지던스 작가로 입촌, 한국적 정서에 바탕한 여러 가지 실험적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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