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지역정보

제목

무개일(務開日)- 권영민(창원문성대학 기획처장)

작성자
조지식
작성일
2011.09.2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263
내용

무개일(務開日)- 권영민(창원문성대학 기획처장)

 

오늘은 열여섯 번째 절기인 추분(秋分)이다. 하루의 밤낮이 똑같은 날이다. 오늘이 지나면 밤이 길어진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 사이는 낮의 길이가 길다. 옛날부터 농사일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모든 일의 최우선이 농사일이었다. 신묘년 한 해도 벌써 후반으로 치닫고 있다. 이즈음이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마무리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서 정리하거나, 미처 다하지 못한 일들은 포기해 버리기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지금이 그동안 다하지 못한 일들이나 시작하지 못한 일들을 되돌아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아무래도 다하지 못할 일들은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은 최선을 다하여 마무리 짓는 시간으로, 내년에는 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으로 매우 분주해야 하는 시점이다. 조선시대에는 농사철에 쉬었다가 다시 직무를 시작하던 시점이 바로 추분이었다.

추분이 지나 가을걷이가 끝나면 소위 농한기가 오지만 농한기라고 해서 한가로운 시간이 아니라 주된 농사일을 끝내고 월동준비, 다음해 농사 준비, 잠시 미루었던 일 등 또 다른 일상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 조상들의 삶이었다. 그래서 추분을 무개일이라 했을 것이다.

한 해의 시작과 함께 계획하고 준비한 일들 중에서 계획대로 이루어 내지 못한 일들을 미루거나 대충하여 성과 위주로 한 해를 편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일자 촉석루 ‘삼성’의 기고에서 말한 첫 번째 반성으로 매일 자신을 돌아본다면 지금 우리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되어야 옳다. 이것이 내가 하는 일과 그 결과를 기대하는 다른 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주는 신(信)’의 행실을 다하는 것이다.

맹자 진심장구의 군자 삼락(三樂) 중 두 번째 즐거움은 ‘하늘을 우러러보나 땅을 굽어보나 부끄러움이 없는 떳떳함이다.’ 굳이 맹자가 말한 것처럼 의로운 도덕적 완결을 요구하는 떳떳함이 아니라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이 주는 ‘주는 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큰 의미는 아닐지라도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즐거움 중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할 수 있는 즐거움도 이락(二樂)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남신문] 권영민(창원문성대학 기획처장)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