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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 미술대전 '그들만의 행사' 추락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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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466
내용
하나마나 미술대전 '그들만의 행사' 추락
심사위원 제자·주부 참가 다수…신인작가 발굴 취지 점차 퇴색
데스크승인 2012.07.16   김민지 기자 | kmj@idomin.com  

갤러리 여는 행사에서 만난 서양화가 ㄱ씨는 최근 열린 제25회 성산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는 "출품 수보다 작품 질(質)이 현저히 떨어지더라. 다행히 문하생이 없어 심사하는 데 골머리를 앓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서양화가 ㄴ씨는 "사실 문하생이 많은 심사위원은 챙겨야(?) 할 것이 적지 않다"고 했다. 지역미술계가 좁다 보니 수상자 상당수가 심사위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미술전공자보다는 대학 평생교육원이나 화실 등에서 취미로 배우는 주부가 많아 미술대전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예술계, 공모전 권위 '싸늘한 시선'

도내에는 경상남도미술대전과 성산미술대전, 3·15미술대전 등 10여 개 공모전이 있다. 하지만 이들 공모전은 예술인들로부터 권위를 거의 인정 못받고 있다.

응모자 대부분은 전문예술가나 미술전공자보다 각 지역미술협회 회원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협회에 들어가고자 애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5일 발표된 제25회 성산미술대전 입상자 명단에는 조각 부문이 없었다. 총 6명이 지원을 했는데 모두 부산의 한 대학 출신이었다. 조각 부문 심사위원들은 이 중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을 뽑았지만 성산미술대전 운영위원장은 '출품 수가 적다는 이유'로 최우수상을 주지 않았다. 출품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심사당일 자기 작품을 회수해갔다.

   
  성산미술대전.  

성산미술대전 관계자는 "서양화나 서예 등은 아마추어가 많지만 조각은 전공자가 대부분이다. 미술대전이 '아마추어 등용문', '취미반으로 공부하는 주부들의 경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대전을 준비하는 대학생도 없을뿐더러, 조각은 아마추어마저 없으니 출품 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창원대 미술학과 재학생 ㄹ씨도 "심사위원과 관계된 사람이나 화실에 다니는 주부가 상을 타는 경우가 많아 지역미술대전에 대부분 회의적이다. 차라리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여는 게 낫다"고 전했다.

대한민국비리대전?

공모전의 권위 추락은 비단 도내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소위 '국전'이라 불리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는 1949년 문교부 고시 제1호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였고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탄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 작가로서 보장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등용문이 부족했던 시절에 '국전'은 그 권위가 대단했다.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탄 시간강사는 단번에 교수로 임명될 정도였다"고 한 원로작가는 말했다.

하지만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근본 취지는 시간이 갈수록 퇴색되고, 보수적인 아카데미즘에 의해 주도되거나 특정 학맥의 심사위원들이 자기 제자들에게 상을 주기도 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났다.

   
  도내 미술공모전 응모자 대부분은 전문예술가, 미술전공자보다 각 지역미술협회 회원이나 주부들이다. 공모전은 예술인들로부터 권위를 거의 인정 못받고 있다. 사진은 경상남도미술대전 심사 모습.  

결국 1981년 제30회를 끝으로 국전은 폐지됐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이 1982년 만들어졌다. 1986년부터는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관련한 비리 사건도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미술계에서 미술대전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대한민국미술대전이 아니라 대한민국비리대전이라 불릴 정도였다.

지난 1999년 한국미술협회 관계자가 거액의 금품을 받고 낙선작을 입선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2007년에는 심사위원이 제자나 후배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들의 작품을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상시켰다. 2010년에도 남이 그려준 한국화를 구입해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속여 입상까지 한 ㄱ씨가 구속됐다.

"미술대전의 권위가 해마다 떨어져 이름 있는 작가들은 아예 응모도 하지 않는다. 공모전에 당선된 사람을 보면 '실력이 있구나'라는 생각보다 '돈 주고 상 탔구나', '인맥 좀 있구나'라는 생각이 앞선다"고 서양화가 ㄷ씨는 말했다.

미술대전 상이 되레 작가 경력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등용문이 부족했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오늘날엔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이 기능을 하고 있고, 주류 미술계에서는 한국미술협회와 미술대전의 비리에 관심도 없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미술대전 계속 열려야 하나

각종 협회 등이 주도하는 미술대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홍경한 <경향아티클> 편집장은 지난 2010년 " 현 미협 집행부는 툭하면 벌어지는 비리로 애먼 미술인들에게마저 망신살 뻗치게 하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도내 서양화가 ㅁ씨는 "운영위원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또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기피제(출품자의 혈연·지연·학연 등과 관계된 심사위원은 배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미술대전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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