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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양연극촌을 가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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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897
내용
[월요문화기획] 밀양연극촌을 가다
연극에 미친 사람들이 촌구석에 모여 만든 연극세상

대규모 야외극장인 성벽극장. 이곳에서는 한꺼번에 1500명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연극을 배우고 있는 도내 공무원들.



셰익스피어가 살아서 한국을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어디를 방문할까.아무래도 대학로보다는 밀양연극촌일 것 같다.밀양연극촌은 연극에 인생의 승부를 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곳에는 연극인 50여 명이 집단으로 모여 숙식을 같이하면서 연극을 만들고, 자체 공연장에서 연극을 하는 작은 공동체이다.

서울도 아니고 인구 10만 명인 밀양시에서, 그것도 밀양 부북면이란 촌구석에 누가 어떻게 연극촌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이 모험적인 프로젝트를 감행한 사람은 우리 시대의 뛰어난 연극인 이윤택(60) 연출가와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인 하용부(57) 촌장이다.

밀양은 손숙이란 걸출한 배우와, 명무(名舞) 하보경(1906~1997) 선생의 고향이다.이윤택 연출가는 지난 1999년 자신이 이끌던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밀양으로 들어왔다.

연극촌이 자리를 잡은 곳은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78번지.

부산 출신의 이 연출가와 밀양 출신의 하 촌장은 1999년 9월 폐교인 옛 월산초등학교에 연극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이들은 황량한 폐교에 소속 연극인들의 숙소와 사무실, 소극장을 하나씩 지어 나가면서 10여 년에 걸쳐 현재 모습의 연극촌을 갖췄다.

연극촌은 운영주체인 연희단거리패와 그들의 거주공간이자 극장이 있는 연극촌, 배우를 길러 내는 우리극연구소 세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가가 1986년 부산에서 창단한 극단이다. 다른 극단과 큰 차이는 출범 초기부터 단원들이 모두 모여 같이 먹고 같이 자고 하는 연극공동체를 이뤄 왔다는 점이다.

연희단거리패는 창단 초 부산에 있는 자체 소극장인 ‘가마골 소극장’에 <죽음의 푸가>, <히바쿠샤>, <산씻김>, <시민K> 등 일련의 상황극을 올리면서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갖춘 실험극단으로 급성장했다.

1988년부터 서울 공연을 단행, <산씻김>(1988), <시민K>(1989), <오구>(1990), <바보각시>(1993),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1995), <어머니>(1995), <햄릿>(1996) 등으로 새로운 공연 양식 흐름을 주도했고, 2000년대 각종 연극제 상을 휩쓸면서 한국 연극의 중심에 자리했다. <느낌, 극락 같은>(1998)으로 서울국제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출상, 무대미술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2001년에는 <시골선비 조남명>으로 서울공연예술제 대상 및 연출상, 연기상, 음악상 등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아름다운 남자>로 서울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남자연기상, 무대상 및 특별상을 받았다.

2006년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올해의 예술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2008년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무대미술상, 희곡상, 연기상 5개 부문을 석권했다. 2008년 연극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 <방바닥 긁는 남자>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신인연출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연극촌= 밀양연극촌은 1만6500여㎡(5000평)의 대지에 정방형 모양으로 연극인들의 숙소와 식당, 소극장, 배우 연습실, 무대 제작실, 녹음실, 연극도서관, 게스트 하우스 등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개의 극장이며, 그중에서도 대규모 야외극장은 성벽극장이 인상적이다. 성벽극장은 지난 2010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열 돌을 맞아 폐교 본관을 헐고 지은 것으로, 한꺼번에 1500명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훌륭한 야외극장이다.

연희단거리패 소속 배우들은 여기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매일 연습을 하고, 직접 무대와 소품, 의상을 제작하며, 녹음, 영상 작업까지 하고 있다.

연극촌은 토요일 연극촌 내 극장에서 매주 주말공연을 한다.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은 매주 토요일 4시, 그리고 7시 30분에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과 만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이곳에서 밀양여름공연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국내 많은 공연들이 열리며, 많은 극단들과 연극인들이 이곳을 방문해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때 전국에서 젊은 연출가들도 모이고, 연극 페스티벌을 하고 상을 준다. 또한 워크숍과 세미나, 어린이를 위한 캠프들이 열리고 있다.

◆우리극연구소= 지난 1994년 우리나라 연극의 중심인 대학로에 출범했다. 우리극연구소는 극단의 배우를 충원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매년 연초에 전국을 대상으로 ‘연기자 훈련과정’에 단원을 공모해 6개월간 서울과 밀양에서 합숙하면서 고강도 트레이닝을 한다. 정 단원이 되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 동안 연기 연습 워크숍 등 이론 공부와 세 작품을 수행해야 한다.

1기에 30여 명이 과정을 통과하면 15명가량은 연극촌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대학로나 영화 등 다른 길로 선택한다고 한다. 올해 19기인 ‘연기자 훈련과정’에서는 그동안 1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톱 여배우 이민정이 밀양연극촌 출신이다. 이민정은 밀양연극촌에서 연기를 배울 당시인 2003년 ‘서툰 사람들’이라는 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영화배우 조재현과 오달수 역시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기력을 다진 배우다.

◆운영= 이윤택 연출가는 “연극촌이 들어선 폐교는 밀양시로부터 무상으로 임대한 것이고, 전기료 등으로 매월 3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는다. 그 외에 지원은 없다. 먹고사는 건 우리가 서울공연, 순회공연을 하면서 벌어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용부 촌장도 “단원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50여 명의 식구가 먹고살기 위해 연간 최소 10억~15억 원이 있어야 된다. 그걸 외부에 손 안벌리고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언제든지 공연이 가능한 고정 레퍼토리를 확보하고 있어 연중 무휴의 공연이 가능한 극단이다. 연극촌 운영에 가장 효자 노릇을 하는 공연은, 18년째 공연하고 있으며 현재 강부자 씨가 주연을 맡고 있는 <오구- 죽음의 형식>(이윤택 작/연출)과, 손숙 주연의 <어머니> (이윤택 작/연출) 등이다. 또 창작뮤지컬 <이순신>(이윤택 작/연출)’을 비롯해 <바보각시- 사랑의 형식>(이윤택 작/ 연출), <햄릿>(이윤택 연출), <산 너머 개똥아>(정동숙 연출), <시골선비 조남명>(이윤택 연출)등도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돼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체험프로그램도 연극촌 운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연극촌은 학생들의 체험실습교육, 교사 연수, 직장인 연수, 어린이 연극캠프, 동호회 단합회, 연기자 연기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소문이 퍼져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도 계속 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에도 도내 공무원 70여 명이 체험프로그램에 참여, 연극을 배우고 연극 경연을 하고 있었다.

글=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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